캐나다 "10년 납기 공백, 자체 무인잠수정 기술로 메운다"
독일, 민간 산업 총동원 790조 원 투입 방산 전환 본격화
한국, 기술 경쟁력만으론 한계…절충교역 패키지 전략 시급
독일, 민간 산업 총동원 790조 원 투입 방산 전환 본격화
한국, 기술 경쟁력만으론 한계…절충교역 패키지 전략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방산혁신 네트워크 '아이스브레이커' 매튜 롬바르디 공동창업자는 최근 60조 원 규모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을 앞두고 "잠수함 공백 10년을 자국 무인잠수정 기술로 메워야 한다"며 외산 무기 의존에서 벗어난 자체 기술 조달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독일 역시 민간 산업까지 총동원해 방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글로벌 방위산업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캐나다 방산 전문매체 베타킷은 16일(현지시각) 롬바르디 공동창업자의 기고문을 보도했다. 독일 외교전문매체 저먼포린폴리시는 같은 날 독일 정부가 민간 경제까지 포괄하는 전략산업 대화를 열고 방위산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잠수함 도입 공백, 자체 무인잠수정 기술로 대체
롬바르디 공동창업자는 캐나다가 독일이나 한국에서 잠수함을 구매하는 것은 타당하지만, 계약부터 인도까지 10년이 걸리는 공백기를 낭비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기간에 캐나다 기업들이 저가 대량생산 무인잠수정 네트워크를 설계하고 제작해 북극해를 감시할 수 있다"며 "수천 대의 자율 무인잠수정이 북극 해역을 순찰한다면 어떤 재래식 잠수함 함대로도 달성할 수 없는 감시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북극 해안선의 75%를 통제하고 있어 자체 북극 감시 기술 확보가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롬바르디는 "미국에서 방산 안보를 싼값에 임대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세계가 지정학·기술 분절 단계로 접어들면서 국가안보 외주화는 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가 추진해야 할 방위산업 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조달 시스템 현대화다. 현재 캐나다 조달 체계는 위험 회피적이고 느려서 스타트업들이 첫 계약을 따내기까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신속하고 반복적인 소규모 구매를 통해 기업들이 기술을 입증하고 개선하며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캐나다 지식재산권 보호다. 롬바르디는 "보호주의 반사작용이 아니라 전략적 필요성"이라며 "외국 무기 체계만 구매하면 생산뿐 아니라 전문성과 특허, 공급망, 수출 산업 창출까지 외주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셋째, 북극을 혁신의 도가니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가 북극에서 혁신하지 못하면 어디에서도 혁신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獨 자동차·중장비 기업들, 방산 전환 적극 모색
독일은 민간 산업을 방위산업으로 대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 12월 초 독일 경제부와 국방부는 처음으로 무기 산업뿐 아니라 민간 경제까지 초청해 '전략산업 대화'를 열었다. 독일 안보·방위산업연방협회는 2014년부터 국방부와 전략산업 대화를 해왔지만, 이번에는 민간 경제 전체를 논의에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독일 국방부는 "산업 전반을 모두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고 밝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무기 산업과 민간 경제를 분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독일산업연맹 피터 라이빙어 회장은 민간 산업이 "군대에 복무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독일이 "세계 3대 산업국"으로서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는 잠재력을 지녔다"며 독일 기업들이 해외에서 힘을 합쳐 희토류 등 원자재를 확보해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 업계에서는 위기에 처한 자동차 산업의 인력을 방산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 부문 전환이 고용 유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보장할 것이라는 제안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장관은 "위기를 겪는 자동차 산업이 현재 방위 부문에 절실히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 방산업체 안보·방위산업연방협회 이사회 멤버 한스 크리스토프 아츠포디엔은 "수백 개의 독일 기업이 협회에 연락해 무기 관련 업무에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서"라고 전했다.
독일 연방 경제부가 구성한 자문위원회는 11월 전략 문서를 통해 "방어 능력은 자신을 주장하고 오래 견디며 비상사태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며 독일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인정했다. 문서는 산업 동원이 "독일과 유럽을 위한 기술 주권, 경제 힘, 전략 행동 역량을 달성할 수 있는 드문 기회"라고 평가했다.
한국, 절충교역 패키지 강화 시급
이처럼 선진국들이 자국 방위산업 기술 주권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방위산업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재 한국과 독일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은 캐나다산 전투관리체계 10억 달러(약 1조 4700억 원) 구매, 북극 기지 현대화 참여, 현지 생산 보장 등을 포함한 포괄적 협력안을 제시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 한국과 독일에 차세대 잠수함 사업 입찰제안요청서를 전달했다. 최대 60조 원 규모인 이 사업은 내년 3월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며, 계약액 100% 수준의 절충교역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3600톤급 '장보고-Ⅲ 배치-II' 잠수함을 제안했으며,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방산 업계에서는 "독일이 국가 패키지를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어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수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방산 업계 고위 관계자는 "캐나다는 잠수함이 아니라 향후 30년 북극 안보와 산업 전략을 함께 책임질 파트너를 고른다"고 말했다.
한국 방위산업은 지난 2022년부터 2년 연속 150억 달러 이상을 수출하며 세계 10위권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넘는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단순 무기 구매에서 기술 주권 확보로 전략을 전환하면서, 한국도 절충교역 패키지 강화와 함께 현지 기술 이전, 공동 개발, 장기 파트너십 구축 등 포괄적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