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부터 전 세계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고강도 관세 정책이 경기 침체를 부를 것이라는 비관론과 제조업 부활을 이끌 것이란 낙관론 사이에서 엇갈린 평가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각) 분석했다.
◇ 경제는 침체 없이 성장…AI 투자가 버팀목
WSJ이 심층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기준 3.8% 증가해 2년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고 3분기 성장률도 약 3.5%로 추정됐다. 이는 인공지능(AI) 투자 증가가 성장세를 견인했기 때문으로 바클레이스는 상반기 AI 관련 지출이 GDP를 0.8%포인트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 글로벌 관세만으로 7280억 달러(약 1경679조6800억 원) 규모의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성장세는 보다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WSJ는 전했다.
◇ 일자리는 기대에 못 미쳐…실업률 4년 만에 최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28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지만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상을 웃도는 수치였지만 이전 수개월간 고용 증가세는 부진했고 9월 실업률은 4.4%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일자리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약 5만4000개 줄었다. 미국 자전거업체 켄트인터내셔널의 아널드 캄럴 대표는 “중국산 부품에 붙은 고율 관세 때문에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을 폐쇄했고 이로 인해 64명이 실직했다”고 말했다.
◇ 소비자 물가 일부 상승…전체 인플레이션은 완화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비용은 외국이 부담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가 영향을 받았다. 존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가격 인상 속도와 규모가 역사적으로 유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인플레이션은 3% 수준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긴 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품목에만 관세가 적용된 데다 주택·에너지 비용 안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 관세 수입 급증…“소득세 대체”엔 역부족
관세 수입은 눈에 띄게 늘었다. 2025회계연도 동안 미국 정부가 거둔 총 관세는 약 1950억 달러(약 286조1700억 원)로 전년에 기록한 770억 달러(약 112조8200억 원)의 두 배를 넘었다. 특히 4월부터 9월까지는 월평균 250억 달러(약 36조6500억 원)의 관세가 걷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수입이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지만 2024년 기준 개인소득세 수입은 2조4000억 달러(약 3경5187조 원)로 전체 연방 세입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 제조업 부활은 아직…9개월 연속 위축
백악관은 애플, 토요타, 엔비디아, TSMC 등이 미국 내 제조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 투자가 관세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역적자 일시 축소…근본 구조는 변화 없어
미국의 상품 무역수지는 3월 861억 달러(약 126조2300억 원) 적자에서 관세가 시행된 4월 이후 감소해 9월에는 790억 달러(약 115조8700억 원)로 줄었다. 그러나 이는 금 거래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며 연간 누계 기준으로는 여전히 전년보다 적자폭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가 “나쁜 것”이라며 관세를 해결책으로 제시했지만, 경제학자들은 무역수지는 국민의 저축과 투자 구조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관세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 트럼프표 관세의 운명은 대법원 손에
향후 관세 정책의 지속 여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두고 진행 중인 대법원 판결에 달려 있다.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부과된 관세가 위헌으로 판단되면 지금까지 징수한 1000억 달러(약 146조6000억 원) 이상을 환급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중국산 제품에 145%의 관세를 매겼다가 이후 30%, 10월에는 20%로 인하했다. 미국 기업들도 고율 품목을 회피해 관세가 낮은 대체 품목으로 수입처를 바꾸고 있다. 현재 전체 수입품에 적용되는 가중 평균 관세율은 15.8%지만, 실질 유효 관세율은 11.2% 수준이다. 2024년엔 2.5%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