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PER 25배, 닷컴 버블보다 낮지만 "금리인상 땐 붕괴"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독점으로 영업익 178조 원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HBM4 독점으로 영업익 178조 원 전망
이미지 확대보기AI 버블 논쟁...자산운용사는 낙관, 언론인은 비관
FT는 칼럼니스트 스튜어트 커크, 케이티 마틴과 고쇼크 자산운용 펀드 매니저 사이먼 에델스텐,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니암 브로디마추라 최고투자책임자(CIO), JP모건 자산운용 이안 스틸리 CIO 등 5명을 초청해 2026년 투자 전망을 논의했다. AI 버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저널리스트들은 거품이라고 답한 반면, 자산운용 책임자들은 더 낙관했다.
에델스텐은 "2000년과는 매우 다르다"며 "당시에는 수많은 대형 기업들이 평가 기준 자체가 없었지만, 오늘날 최고 AI 주식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엔비디아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배대 후반으로 닷컴 호황기 일부 통신사보다 훨씬 낮다.
브로디마추라는 "이들은 근본에서 매우 강력한 기업들"이라며 "수요가 공급 수준을 초과해 물량 성장과 가격 결정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델리티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기술 부문 실적이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커크는 최근 주식펀드 보유분을 청산하고 100% 현금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다섯 번 버블을 겪었는데 사람들이 '이번은 다르다'고 말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틴도 "엔비디아에서 벌어지는 일이 진짜라고 믿지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거품 행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난 10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서울 치킨집을 방문한 뒤 전혀 관련 없는 치킨 체인과 공급업체 주가가 20~30% 급등한 사례를 들었다.
"인플레이션 3% 고착...2026년 2분기가 고비"
전문가들은 2026년 주요 위험으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스틸리는 "지금 가장 큰 위험은 호주에서 일어나는 일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2월 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인플레이션 반등으로 미셸 불록 총재가 추가 인하를 거의 배제하고 2026년 인상 가능성까지 경고한 상태다.
에델스텐은 "생활비가 수치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훨씬 더 높아지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낮은 상황에서도 이런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더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유가가 오르지 않았는데도 물가가 높다는 것은 다른 요인들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의미다.
스틸리는 "만약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된다면 우려스러울 것"이라며 "그건 임금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2026년 2분기 주목을 권고했다. 이 시기 미국 소득세 환급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기구들도 우려를 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에서 AI 주도 주식시장 버블 붕괴를 미국 경제 하방 위험으로 지목했다. OECD는 미국 경제가 내년 1.7%로 성장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은 3%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주식 버블과 현재 AI 붐 사이 유사점이 많다"며 "두 시기 모두 주가와 자본 이득이 높아지며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PER은 낮지만 투자 대비 수익은 불균형
하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이 과거 버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가 현재 24개월 선행 PER 약 140배로 가장 높지만, 과거 일본산업은행(약 150배)이나 2000년 시스코(약 100배)보다 낮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등 주요 기술주들은 20~80배 수준이다.
미국 S&P500 현재 수익률은 약 4.5%로 10년물 국채 수익률 4%를 웃돌고 있다. 2000년 기술 버블 당시 수익률은 3.5%에 불과했고 국채는 6.5%였다. 로드애벗 자산운용은 "역사상 밸류에이션 거품은 공격적인 긴축 사이클에서 터졌지만, 현재 연준은 완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수익 성장이 지속되면 멀티플 확대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AI 투자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AI 관련 자본 지출이 2026~2027년 5000억 달러(약 738조 원)를 초과할 전망이지만, 미국 소비자들이 AI 서비스에 쓰는 돈은 연간 120억 달러(약 17조 원)에 불과하다.
금 매수 열풍도 거품 신호...국채·우크라이나 재건주 주목
전문가들은 방어 전략도 논의했다. 에델스텐은 헬스케어 주식을 언급하며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와 존슨앤드존슨은 18배 실적으로 매우 저렴하지는 않지만, 미국 모든 것이 비싼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커크는 "내년 매도세가 일어나면 국채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무역도 흥미롭다는 의견이 나왔다. 마틴은 "폴란드 시멘트 제조업체라면 앞으로 5년이 꽤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마틴은 금 매수 열풍을 거품 증거로 지적했다. 그는 "영국 왕립 조폐국이 웹사이트에 줄서기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밤에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금을 사려는 일반인들 때문에 웹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마틴은 "이들은 중앙은행 정책이나 화폐 가치 하락 같은 거시경제를 따져서 금을 사는 전문가가 아니다"라며 "그저 금 가격이 계속 오르니까 나도 사야겠다는 생각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이는 전형적인 거품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삼성·SK하이닉스, 영업익 178조 원 전망...신중한 접근 필요
AI 투자 지속과 메모리 공급 부족 국면이 맞물리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두 회사 합산 영업이익이 2026년 150~17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추정치 75조 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구글 TPU 출하량이 2025년 170만 개에서 2028년 850만 개로 3년간 약 5배 확대될 것"이라며 "2026년 AI 칩당 HBM 평균 탑재량은 HBM3E, HBM4 탑재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마이크론 HBM 생산능력이 한국 경쟁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90% 이상 공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은 2026년 D램 시장 규모가 2800억 달러(약 413조 원)로 72.2% 성장하고 낸드 시장은 970억 달러(약 143조 원)로 42.6%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드문 사이클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OECD와 IMF가 AI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 만큼, 단기 급등에 편승하기보다 분할 매수와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권고된다. 특히 2026년 2분기 인플레이션 재점화 신호를 주시하고, AI 외에 방산이나 재건 관련 주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증권가에서 제시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