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순회항소법원, 삼성의 무효 주장 기각하고 넷리스트 '608 특허' 손들어줘
ITC 수입 금지 소송 및 1억1800만 달러 배상 판결에 넷리스트 승기(勝機) 굳히기
ITC 수입 금지 소송 및 1억1800만 달러 배상 판결에 넷리스트 승기(勝機) 굳히기
이미지 확대보기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은 11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제기한 넷리스트의 '608 특허(특허 번호 10,268,608)' 무효 소송에서 넷리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지난 2024년 12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이 해당 특허가 유효하다고 내린 결정을 항소법원이 최종 확정한 것이다.
연이은 승소…넷리스트, 대미(對美) 압박 수위 높인다
이번 판결은 삼성전자와 넷리스트 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에서 넷리스트가 확실한 승기를 잡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유효성이 확정된 '608 특허'는 현재 넷리스트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삼성전자, 구글, 슈퍼마이크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넷리스트는 해당 특허를 근거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제품이 자사의 지식재산권(IP)을 침해했다며 미국 내 수입 금지(exclusion orders) 및 판매 중지(cease orders)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항소법원의 판결로 특허의 법적 효력이 공고해짐에 따라, ITC가 넷리스트의 주장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넷리스트는 2024년 11월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으로부터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평결과 함께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액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텍사스 법원의 배상 판결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법적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美 법무부·특허청도 넷리스트 '지원 사격'
주목할 점은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이다.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USPTO)과 법무부(DOJ)는 ITC 소송과 관련해 넷리스트를 지지하는 내용의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등이 넷리스트의 특허를 침해하여 특정 메모리 제품을 수입하는 행위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넷리스트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법부의 판결에 이어 행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는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홍춘기 넷리스트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항소법원의 판결에 만족한다"며 "이번 결정들은 라이선스 없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막으려는 넷리스트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재정 난관 속 법적 승리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전을 거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2억1200만 달러(약 3100억 원) 규모의 중소기업 넷리스트 간의 '다윗과 골리앗' 싸움으로 비유한다. 인베스팅프로(InvestingPro)의 분석에 따르면 넷리스트는 현재 주가가 0.69달러 수준으로 저평가되어 있으나, 재무 건전성 점수는 1.64로 '취약(WEAK)' 등급을 받는 등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넷리스트는 소송 비용 충당 등을 위해 최근 1000만 달러(약 140억 원) 규모의 직접 공모(Direct Offering)를 단행하기도 했다. 주당 0.70달러에 1400만 주 이상의 보통주를 매각하고 워런트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넷리스트는 특허 소송에서 연전연승하며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CAFC는 지난 3월에도 삼성전자의 도전을 물리치고 넷리스트의 '523 특허(특허 번호 10,217,523)' 유효성을 인정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항소법원 승소다. 또한 미국 마이크론(Micron) 역시 '608 특허'에 대해 두 차례나 무효 심판을 청구했으나 특허심판원으로부터 모두 기각당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CAFC 판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하지만 특허 전문 변호사들은 연방대법원이 특허 사건을 심리하는 비율이 극히 낮다는 점을 들어,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ITC의 수입 금지 조치가 현실화하기 전에 넷리스트와 합의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