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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인도 방문·독일 FCAS 철수...글로벌 방산 동맹 지형 대격변

러-인 687억달러 교역 급증 속 S-400·Su-57 논의, 독일은 1000억 유로 유럽 6세대 전투기 포기
트럼프 관세 압박에도 전략 자율성 고수하는 인도...프랑스 주도권 요구로 신뢰 붕괴한 유럽
"독일 산업 지연 못 견뎌" 사브·에어버스 중심 독자 개발 또는 英·伊·日 GCAP 합류 검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방산 협력을 재가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방산 협력을 재가동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제공
글로벌 방산 협력 지형에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해 방산 협력을 재가동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1000억 유로(171조 원) 규모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붕괴 직전까지 내몰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도 인도가 러시아와 손잡는 모습은 전략 자율성 추구 움직임을, 독일이 프랑스 주도 프로젝트 철수를 검토하는 상황은 유럽 방산 협력의 한계를 각각 드러낸다. 미국 중심 안보 질서에서 각국이 독자 노선을 모색하면서 방산 동맹 지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푸틴 인도 방문, 트럼프 압박 속 방산 협력 재가동


AFP통신은 4(현지시각) 푸틴 대통령이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을 포함한 대표단과 함께 인도를 이틀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처음이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러시아 S-400 방공체계가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논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2018년 러시아로부터 S-400 5개 포대를 주문했으나 현재까지 3개만 인도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제재와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면서 나머지 2개 포대 인도가 지연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러시아가 Su-57 전투기 공동생산을 제안할 가능성도 보도했다. 옵서버연구재단(ORF)에 따르면 양국은 판치르 방공체계 공동 개발과 6000km 이상 탐지 거리를 가진 보로네시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 도입도 논의 중이다. 인도 공군 참모총장 AP 싱은 S-400"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하며 추가 구매 의사를 밝혔다.

이번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대부분 인도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 직후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의 할인된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 조달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 주요 석유 생산업체인 로스네프트와 루크오일에 제재를 강화했다.

687억 달러 교역에도 50억 달러 미만 수출...불균형 심화


러시아-인도 양자 무역은 2024-25 회계연도 687억 달러(101조 원)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전 수준의 거의 6배로 급증했다. 인도는 2022년 이후 러시아의 최대 석유 고객 중 하나가 되어 수십억 달러를 절감했다.
그러나 인도 수출은 전체 교역액 중 50억 달러(7조 원) 미만에 그쳐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에 인도 제약, 자동차, 서비스 부문 기업의 시장 개방을 촉구해왔다고 밝혔다. 양국은 2030년까지 양자 교역 1000억 달러(147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차탐하우스 바즈파이 연구원은 "뉴델리와 모스크바는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 감소를 방산과 민수 원자력 협력 등 다른 분야 무역 다각화로 보완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미국과 방산·기술·무역·투자 전반에서 중요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양국 관계 신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킹스칼리지런던 하쉬 V. 판트 교수는 "인도에 이 이미지는 전략 자율성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고, 거의 여행하지 않는 푸틴이 오는 것은 이 관계의 중요성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난단 운니크리슈난 ORF 연구원은 "미국 압력으로 에너지 구매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양국이 전략 차원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전반 관계 방향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FCAS 유럽 6세대 전투기 렌더링. 사진=에어버스이미지 확대보기
FCAS 유럽 6세대 전투기 렌더링. 사진=에어버스


독일 연방의회 "FCAS 프로젝트 철수가 유일한 해법"


유럽에서는 1000억 유로(171조 원) 규모 차세대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하르트푼크트는 4일 독일 연방의회 국방위원회 공군 담당 CDU/CSU 파벌 대표 볼커 마이어-레이가 유럽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마이어-레이는 정부와 관련 기업 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돼 미래전투항공체계(FCAS) 프로젝트 종료가 기존 문제에 유일한 실질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FCAS에서 통제된 퇴장은 보안 위험을 초래하지 않지만 진정한 재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프랑스-독일 우정은 이번 상황을 견뎌낼 것이지만, 독일 산업은 또 다른 지연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어-레이는 추가 지연이 수백만 달러 비용뿐 아니라 새로운 잠재 전투기 개발에 투자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발전할지, 혹은 아예 진행될지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FCAS는 프랑스·독일·스페인이 2017년 공동 개발을 시작한 6세대 전투기 프로젝트다. 2040년께 프랑스 라팔과 독일·스페인 유로파이터를 대체할 목표로 추진됐다. 유인 전투기와 무인기 편대, 전투 클라우드 시스템을 통합하는 '체계의 체계(System of Systems)' 개념으로 설계됐다.

다쏘 주도권 요구에 독일 "사브·에어버스 중심 독자 개발"


독일이 FCAS 철수를 검토하는 핵심 원인은 프랑스 다쏘의 과도한 주도권 요구다.

마이어-레이는 다쏘 최고경영자(CEO) 에릭 트라피에르를 비판했다. 트라피에르는 FCAS에서 프랑스 리더십 역할을 요구하며, 다쏘가 의사결정에 완전한 통제권을 갖지 못하면 프로젝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최근 위협했다. 독일 언론은 프랑스가 차세대 전투기(NGF) 개발에서 80% 작업 분담을 요구한다고 보도했으나, 프랑스 관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

마이어-레이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자들은 복종을 요구한다""타인을 밀어내는 사람들은 파트너십을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독일항공우주산업연방협회는 기밀문서에서 프랑스가 FCAS 요구를 관철하면 독일 내 전투기 생산 종료가 임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어-레이는 독일 산업계가 파트너의 끊임없는 장애물 없이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책임질 준비와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그는 에어버스(전투 클라우드·NGF), 디일 에비에이션(항공전자), 디일 디펜스(네트워크 무기체계), 헨솔트(센서 기술), 리브헤어(섀시·유압)를 잠재 기여 기업으로 지목했다.

특히 스웨덴 사브를 협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언급했다. 그는 "에어버스와 사브 간 첫 협상과 양해각서는 낙관 근거를 준다"고 말했다. 마이어-레이는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 프로젝트도 실질 대안으로 제시했다. GCAP2035년까지 6세대 전투기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프랑스와 독일이 공동 전투기 개발을 포기하고 전투 클라우드 개발에만 집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이미 전투기체계핵심(CFSN)이라는 대안 프로그램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와 회담에서 "현재 상황이 불만족스럽다""이 프로젝트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도 인도는 러시아와 방산·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 자율성을 과시하는 반면, 유럽은 방산 협력 프로젝트가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로 좌초 위기에 직면해 글로벌 방산 협력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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