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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256조’ 유럽 방산기금 전격 합류…K-방산·F-35 ‘쇼크’

캐나다, 비EU 최초 ‘SAFE’ 가입…차세대 전력 증강에 유럽 자금 수혈
F-35 대신 스웨덴 ‘그리펜’ 급부상…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와 정면 충돌
62조 잠수함 사업, ‘유럽산 65%’ 족쇄에 韓 수주 비상…‘성능’으로 뚫어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과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오 코스타가 2025년 6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캐나다 정상회의에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 우르술라 폰데어 라이엔과 유럽이사회 의장 안토니오 코스타가 2025년 6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캐나다 정상회의에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를 환영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캐나다가 비유럽연합(EU) 국가로는 최초로 1500억 유로(256조 원) 규모의 유럽 안보 이니셔티브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합류했다.
북대서양 방위 전략의 축을 미국에서 유럽으로 넓히는 이 결정은 미국과 한국 방위산업에 즉각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유력했던 미국산 F-35 도입이 재검토되고, 한국 기업이 공들여온 62조 원 규모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유럽 경쟁국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유리한 고지를 점했기 때문이다.

데프크로스(Defcros)1945(19FortyFive) 등 외신은 지난 3(현지시각) 캐나다 정부가 EUSAFE 프로그램 가입 협상을 타결하고 차세대 전투기와 잠수함 획득에 EU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SAFE 가입과 유럽산 구매라는 족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SAFE 참여는 캐나다 기업에 수천억 달러의 방산 기회를 열어주고, 군 전력 증강을 위한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는 계기라고 지난 3일 밝혔다. SAFEEU가 회원국의 공동 무기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막대한 자금으로, 참여국은 저리 대출과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

핵심은 원산지 규정이다. SAFE 자금을 지원받는 프로젝트는 전체 비용의 최소 65%EU 또는 유럽경제지역(EEA) 내에서 집행해야 한다. 데프크로스는 “EU 외부 국가나 기업에 배정할 수 있는 예산은 35%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캐나다가 SAFE 대출을 활용해 무기를 도입할 경우, 사실상 유럽산 무기 구매가 강제된다는 의미다.

F-35의 기술적 압승, 정치적 위기


이번 협정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도입 사업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켰다. 캐나다 국방부의 평가 데이터에 따르면 F-35는 군사 능력 평가에서 95점을 받으며 33점에 그친 스웨덴 사브(Saab)그리펜-E(Gripen-E)’를 압도했다.

데이비드 페리 캐나다 글로벌 문제연구소 회장은 라디오 캐나다와의 인터뷰에서 역량 평가에서 F-35는 경쟁자가 없는 명확한 승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SAFE유럽산 65%’ 규정이 변수다. 미국은 SAFE 참여국이 아니므로, F-35 구매 시 캐나다는 EU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반면 스웨덴의 그리펜을 선택하면 막대한 금융 지원과 캐나다 내 생산(절충교역) 혜택을 누릴 수 있다. 1945캐나다의 빠듯한 국방 예산 상황에서 성능보다 산업적, 정치적 이익을 우선해 그리펜 혼합 운용이나 전면 전환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21년 리노 에어 레이스에서는 미 공군 F-35A 데모 팀과 미 공군 썬더버드의 공연 모습. 사진=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리노 에어 레이스에서는 미 공군 F-35A 데모 팀과 미 공군 썬더버드의 공연 모습. 사진=미 공군


K-잠수함,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다


한국 방산업계에 더 큰 충격은 잠수함 분야다. 캐나다 해군은 노후화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총사업비 62조 원 규모의 신형 잠수함 12척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한화오션(KSS-III 배치-II 기반)HD현대중공업이 독일 티센크루프(TKMS), 스웨덴 사브, 프랑스 나발그룹과 경쟁하고 있다.

로저 힐튼 브라티슬라바 GLOBSEC 연구원은 “SAFE 자금은 전투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잠수함과 해상 감시 시스템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캐나다가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SAFE 자금을 활용할 경우, 캐나다는 독일이나 스웨덴 잠수함을 선택해야 금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산 잠수함이 성능과 납기 준수 능력에서 앞서더라도, EU의 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유럽 경쟁사들이 가격 덤핑수준의 제안을 할 경우 수주 경쟁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이미 나토(NATO) 표준과의 호환성을 앞세우고 있으며, 이번 SAFE 합류로 유럽 안보 공동체라는 명분까지 쥐게 되었다.

트럼프의 분노와 미-캐나다 관계의 딜레마


캐나다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크다. 유라시안 타임스는 “EU와의 SAFE 합의는 트럼프에게 대안이 있음을 보여주는 카드일 수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어 트럼프를 적대시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트 호크스트라 미 대사는 이미 “F-35 구매 없이는 무역 협정이 무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가 미국산 무기를 배제하고 유럽산으로 선회할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재협상 등 통상 분야에서 미국의 보복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

대양(大洋) 작전KSS-III vs ‘연안 강자’ 212CD… 캐나다의 지정학적 선택은?


독일 티센크루프(TKMS)‘212CD’급 잠수함이 EU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작전 운용 성능(ROC)’ 면에서 한국의 한화오션 ‘KSS-III 배치-II’가 캐나다의 지리적 환경에 월등히 적합하다고 분석한다.

212CD는 기존 212급을 개량해 배수량을 2500톤급으로 키웠으나, 태생적으로 발트해와 북해 등 얕은 바다에서의 작전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반면, 3600톤급인 KSS-III는 설계 단계부터 태평양 등 대양 작전을 염두에 둔 중형 잠수함으로, 세계 최초로 검증된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를 탑재해 잠항 지속 능력에서 경쟁 기종을 압도한다.

미국 해군연구소(USNI) 등 해외 전문기관들은 캐나다의 방대한 해안선(20km)과 북극해 작전 소요를 고려할 때, 수직발사관(VLS)을 갖추고 장거리 원정 작전이 가능한 한국형 잠수함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유럽의 금융 지원이 매력적이나, 태평양을 건너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캐나다 해군에게 항속 거리무장 능력은 타협할 수 없는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EU지갑과 한국의 기술사이에서, 오타와가 실질적인 안보 위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방산의 대응 전략은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업계가 단순한 가성비전략을 넘어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SAFE 규정의 허점을 파고들어 캐나다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거나, EU 회원국 기업과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회 진입하는 전략이 시급하다.

안보 전문가들은 캐나다의 SAFE 가입은 북극 및 북대서양 방위에서 유럽의 지분을 인정하겠다는 신호라며 한국은 잠수함의 독보적인 잠항 능력과 조기 인도 능력을 강조하되, 금융 패키지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유럽의 저리 자금 공세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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