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19종 수출 통제…SMIC·화홍반도체 '가동 중단' 공포
3000억 위안 쏟아부은 '반도체 자립' 무색…관광 보복에도 中 유커들은 "정치 관심 없다" 일본행
3000억 위안 쏟아부은 '반도체 자립' 무색…관광 보복에도 中 유커들은 "정치 관심 없다" 일본행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반도체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일본이 반도체 제조 공정의 절대적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감광액)' 공급망을 틀어쥐면서, 스마트폰부터 인공지능(AI)에 이르는 중국의 첨단 제조업 전반이 마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업계에서는 "밥을 지으려 해도 쌀이 없는 형국(無米之炊)"이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베이징 당국이 수년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외친 '반도체 자립' 구호가 일본의 소재 수출 통제라는 현실의 벽 앞에서 무력하게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中 반도체 숨통 조이는 日 '소재 독점'의 공포
최근 외신 비전타임스(Vision Times)와 현지 반도체 전문가들의 정밀 분석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전 세계 고성능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7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의 점유율은 100%에 달한다. 대체 불가능한 '슈퍼 을(乙)'의 지배력이다.
중국 반도체 제조업의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주력 칩 생산에 사용되는 KrF(불화크립톤) 및 ArF(불화아르곤) 포토레지스트의 90% 이상을 일본산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신에츠화학과 JSR 등 일본 대표 소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전체 포토레지스트 대일 의존도는 90%에 육박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일본 정부의 전략적 무기가 되었다. 2023년 '공급망 불안정'을 이유로 생산 조절에 나섰던 일본은, 올 10월 들어 반도체 핵심 소재 19종에 대해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 여파로 지난 11월 신에츠화학의 대(對)중국 수출량은 전월 대비 42%나 급감했다. 소재 공급 파이프라인이 사실상 말라가고 있다는 신호다.
설상가상으로 장비 유지보수마저 끊겼다. 중국 내에는 약 1200대의 리소그래피(노광) 장비가 가동 중인데, 이 중 90%가 일본 캐논(Canon)과 니콘(Nikon)의 사후 지원(AS)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11월, 캐논과 니콘, 미쓰비시케미컬 등은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핵심 소모품 공급을 중단하고 서비스 팀을 철수시켰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고성능 ArF/EUV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12개 핵심 소재를 수출 통제 목록에 올리고, 42개 중국 기업을 '블랙리스트' 격인 공급 제한 대상으로 지정한 데 따른 조치다.
중국 반도체 업계는 현재 보유한 리소그래피 장비의 예비 부품 재고가 3~6개월 분량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본의 공급 차단이 지속될 경우,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SMIC(中芯国际)와 화홍반도체 등 주요 생산 라인은 셧다운(가동 중단)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연필로 나노 회로 그리는 격"…기술 격차 5~10년 퇴보 우려
중국 당국이 느끼는 공포의 근원은 '대체 불가능성'이다. 일본은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90nm, 40nm, 28nm 등 레거시(구형) 공정에 사용되는 DUV(심자외선) 노광 장비 분야에서도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모바일 AP, 차량용 반도체, 가전제품, 전력 관리 칩 등 전 산업 분야에 걸친 필수 부품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포토레지스트 공급을 전면 통제할 경우, 중국의 첨단 공정뿐만 아니라 4G 통신칩과 같은 민수용 범용 반도체 생태계까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각에서는 현재 중국의 기술 수준을 '연필'에 비유한다. 일본의 첨단 소재와 장비가 정밀한 '제도용 샤프펜슬'이라면, 중국 자체 기술인 i-라인(i-line) 노광 기술은 뭉툭한 연필과 같아 고해상도 회로를 그려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산 소재가 끊길 경우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최소 5년에서 10년가량 퇴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네덜란드 ASML, 미국, 일본으로 이어지는 '철의 삼각 동맹'은 중국을 더욱 옥죄고 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안보신기술센터(CSET)의 2025년 7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노광 장비 시장은 ASML(79%)과 일본 기업(17%)이 96%를 장악하고 있다. 중국 국영 기업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의 점유율은 저사양 시장인 i-라인 분야에서조차 4%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중국 정부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대기금)' 1·2기를 통해 3000억 위안(약 62조 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장비 자급률 성장은 사실상 '제로(0)'였다.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40%인 410억 달러(약 60조 원)어치를 사들였지만, 국산 장비 비중은 11.3%에 불과했다. 나노미터 단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반도체 생태계에서 '돈으로 기술을 사는' 방식은 통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판다 가고 칩 끊겼다"…외교 강경 대응의 역설
그러나 실상은 중국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2025년 3분기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은 748만 명에 달하며, 여행 경보 발령 이후에도 상하이 푸동 공항의 일본행 출국장은 북적였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정치에 관심 없는 중국의 젊은 층과 부유층은 여전히 일본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한 30대 중국인 부부는 "정부의 경고는 알지만 여행을 취소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고, 또 다른 관광객은 "일본의 안전과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정부의 선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히려 중국의 빈자리를 대만 관광객들이 채우며 일본-대만 간의 유대만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 소상공인들은 "질서 있고 친절한 대만 손님들이 큰 힘이 된다"며 반색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일본은 중국에서 모든 반도체 사업을 철수하는데, 중국은 고작 판다 두 마리를 철수시키는 게 전부냐"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돌고 있다.
결국 중국은 일본의 '소재 공습'에 급소를 찔린 채, 외교적 보복조차 자국민에게 외면받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도리에 맞는 일을 하면 도움을 많이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돕는 이가 적다(得道多助 失道寡助)'는 옛말이, 2025년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