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비공개 거래 급증...금값 사상최고 4300달러 돌파 배경
이미지 확대보기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중국의 올해 금 구매량은 최대 25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식 발표는 25톤에 그쳤다.
공식 25톤 발표, 실제는 250톤
중국인민은행이 관할하는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올해 공식 금 구매량을 25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시에테제네랄은 영국의 중국 금 수출 데이터를 토대로 중국의 실제 구매량이 250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 금 수요의 3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중국의 공식 월별 구매량도 의심을 받고 있다. 올해 6월 2.2톤, 7월 1.9톤, 8월 1.9톤에 불과하다는 발표에 시장 참여자들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일본금괴시장협회의 브루스 이케미즈 이사는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이 공식 발표(약 2500톤)의 두 배인 5000톤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컨설팅업체 플레넘리서치는 다른 방식으로 중국의 비공개 구매량을 계산했다. 중국의 순수입량과 국내 생산량을 합친 뒤 상업은행 보유량과 소매 구매량을 뺀 '격차'를 공식 구매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으로 계산하면 2022년 1382톤, 2023년 1351톤으로 각국 공식 발표량의 6배가 넘는다.
중앙은행 비공개 거래, 4년새 보고율 90%→33%로 급락
중앙은행들의 비공개 금 구매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금위원회(WGC)가 메탈스포커스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최근 분기 공식 구매량 가운데 보고된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했다. 4년 전 90%에서 급감한 수치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중앙은행들의 연간 금 구매량은 각각 1000톤을 넘어섰지만, 이 중 60% 이상이 국제통화기금(IMF)에 보고되지 않았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는 대부분 구매량이 공개됐던 것과 대조된다.
중앙은행들이 금 구매를 숨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칼라일의 에너지전략 최고책임자 제프 커리는 "중국은 탈달러화 전략의 일환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면서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스위스 정제업체 MKS팸프의 니키 쉴스 애널리스트는 "금은 순수한 미국 헤지 수단으로 여겨진다"며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복을 우려해 구매 사실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 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매도국들도 가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발표를 꺼린다. 1999년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재무장관이 영국은행(BOE) 금 보유량의 절반을 매각하겠다고 공개 발표한 뒤 금값이 급락해 평균 온스당 275달러(약 40만 원)에 팔렸다. 현재 가격의 15분의 1 수준이다.
금값 사상최고 경신...수요 추적은 '불가능'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매입으로 금값은 온스당 4300달러(약 625만 원)를 넘어섰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외환 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0%에서 26%로 상승해 달러 다음으로 큰 준비자산이 됐다.
하지만 거래자들은 금의 실제 수요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커리는 "석유는 위성으로 추적할 수 있지만, 금은 불가능하다"며 "이 물건이 어디로 가고 누가 사는지 알 방법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거래자들은 대안 자료를 찾고 있다. 스위스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정제돼 런던을 거쳐 중국으로 운송되는 연속 일련번호가 찍힌 400온스 금괴 주문량을 추적하는 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마이클 헤이그 애널리스트는 "석유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을 조절하는 것과 달리, 금 시장은 중앙은행의 출입 물량이 매우 영향력이 크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으면 시장이 독특하고 까다로워진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거래 플랫폼 불리온볼트의 에이드리언 애시 연구이사는 "결국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인민은행의 구매 규모를 파악하려는 모든 시도는 중국 금 시장이라는 수수께끼 속 수수께끼의 한 부분만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금 보유량을 늘리면서 개발도상국들에 상하이금거래소에 금을 보관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거래 관계자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최근 위안화로 구매한 금을 선전 소재 상하이금거래소 금고에 보관하기로 합의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