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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소득 격차로 'K자형 양극화' 심화...소득 상위 25% 임금 4.6%↑ vs 저소득층 3.6%↑

서브프라임 車 대출 연체율 역대 최고 6.7%…서민 29% "하루 벌어 하루 살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경고
미국 경제가 상위 소득 계층의 임금 상승과 자산 시장 호조 덕분에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저소득 가구는 낮은 임금 증가율과 물가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며 경제 전반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경제가 상위 소득 계층의 임금 상승과 자산 시장 호조 덕분에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저소득 가구는 낮은 임금 증가율과 물가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며 경제 전반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경제가 상위 소득 계층의 임금 상승과 자산 시장 호조 덕분에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저소득 가구는 낮은 임금 증가율과 물가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시달리며 경제 전반의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이는 부유층과 빈곤층의 삶이 알파벳 'K'자 모양처럼 극명하게 갈라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지난 14(현지시각) 배런스는 최신 데이터가 이러한 경제적 격차를 여실히 보여주며, 경제 성장의 취약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금 격차 확대와 부유층 의존성 심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동안 좁혀지던 미국 노동 시장의 임금 불평등이 다시 벌어지는 모습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보면, 미국 근로자 상위 25%의 임금은 해마다 4.6%씩 오르는 반면, 하위 25%의 임금 상승률은 3.6%에 그친다. 이는 2022년 하위 25%의 임금 상승률과 견줘보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이러한 K자형 경제의 특징은 소득뿐 아니라 자산과 지출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후 소득 175000달러(25470만 원) 미만인 하위 80% 가구의 지출이 물가 상승률을 겨우 따라잡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상위 20%는 이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거뒀으며, 최상위 3%의 소득은 "훨씬, 훨씬, 훨씬 더 좋아졌다"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은 점점 부유한 가구의 지출에 기대는 모양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약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부유층이 계속 소비하는 한 경제는 침체를 피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어떤 이유로든 더 신중해진다면 경제가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소득층의 극한 재정 압박, 사상 최고 신용위험


소득 불균형 심화는 저소득 가구의 재정 압박을 극도로 높이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자료를 보면, 저소득 가구의 29%가 현재 월급을 받아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202327%에서 더욱 높아진 것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경제학자인 조 와드포드는 "저소득 가구의 임금 상승률은 올해 초부터 고소득 가구보다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용위험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대출금을 60일 이상 연체한 서브프라임(신용 점수 600점 미만) 대출자 수가 지난해 10월 기준 6.7%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2024년 차량 압류 건수가 170만 건으로 2년 전보다 43% 늘어 2009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 신용 위험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트랜스유니온(TransUnion) 보고서를 보면, 신용 점수 780점 이상인 슈퍼프라임 계층과 600점 미만인 서브프라임 계층으로 차용자들이 극심하게 나뉘고 있다. 트랜스유니온의 제이슨 레이키 수석 부사장은 "소비자 신용 위험의 차이가 나타나며, 점점 더 많은 개인이 신용 위험 스펙트럼의 양 극단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은 물가상승에도 취약하다. 물가 상승률이 정점(20226,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약 9%)에서 떨어졌음에도,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한 해 동안 주거비 3.6%, 공과금 5.8%, 소고기 가격이 거의 15% 오른 사실을 지적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 모두에서 물가 상승률이 세후 임금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딜레마와 경제의 변동성 증가


심화하는 경제적 불균형은 통화 정책을 운용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연준의 정책 도구는 임금 계층을 특정하여 겨냥할 수 없고, 경제 전반을 지원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연준 이사회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상위 10% 가구가 전체 개인 소비의 22%를 차지하고, 상위 20%35%를 차지한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하위 60%가 소비의 45%를 차지하는데 이 계층이 물가상승의 영향을 받아 이미 지출 계획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K자형 패턴은 경제의 회복탄력성 자체를 바꾸어 놓는다. 임금 상승이 최상위 소득 계층에 몰리면서 경제 성장이 금융 시장 변화에 더 민감해지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재러드 번스타인에 따르면, 주식시장 자산이 1달러 줄면 지출이 2~3센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부를 지닌 부유층은 지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자산 가격 변동에 따라 이들의 소비 행태가 바뀔 가능성이 크기에 경제 성장은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안나 폴슨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고소득 소비자의 지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경고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주도하는 소폭의 상승세와 맞물려 성장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하위 계층 소비자들은 어려움을 겪으며 구매력을 줄이고 저가 제품으로 전환하지만, 상위 계층은 소비를 늘리고 있다"고 말하며 경제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맥도날드 CEO 크리스토퍼 켐친스키는 저소득층 소비자의 트래픽이 3분기에 거의 두 자릿수 감소하는 동안, 고소득층 소비자의 트래픽은 거의 두 자릿수 증가하며 강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코카콜라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엔리케 브라운은 소득 계층 간 지출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며 "중저소득층 소비자들이 느끼는 압박은 여전히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기업 현장의 목소리는 경제가 한동안 성장을 이어갈 수 있으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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