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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잠수함 1500톤급, 페루와 공동개발 LOI 11월 1일 서명

HD현대중공업-시마조선소 기술이전 협력…포스코인터도 참여해 남미 첫 잠수함 공동개발
대한민국 울산에 있는 HD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전체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한민국 울산에 있는 HD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전체 모습. 사진=로이터
페루 해군이 노후 잠수함을 교체하기 위해 한국과 함께 개발하는 1500톤급 신형 잠수함 사업이 111일 의향서(LOI) 서명을 통해 본격 시작된다.
군사전문매체 조나밀리터는 30일 보도를 통해 페루와 대한민국 정부가 잠수함 기술 서류 공동 개발을 위한 의향서 서명 준비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이 사업은 HD현대중공업과 페루 국영 조선소 시마(SIMA Perú)가 추진해온 협력의 세 번째 단계다. 양측은 지난해 5월 제10회 국제 국방 및 자연재해 예방 기술 전시회(SITDEF 2025)에서 계약각서(MOA)를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의향서 서명은 지금 진행 중인 협상의 두 번째 주요 단계에 해당한다.

리튬이온 배터리·자동화 강점…운영비 절약한 설계


서명식은 111일 한국 항구도시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울산 조선소는 군함을 비롯해 다양한 유형과 크기의 선박을 짓는 HD현대중공업 핵심 시설이다.

이 프로젝트는 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수출용 잠수함 모델 HDS-1500을 바탕으로 한다. HDS-1500은 길이 63~65미터, 6.5미터, 수중 배수량 1500톤 규모로 연안 작전에 알맞게 설계됐다. 최대 속도는 21노트(시간당 약 39킬로미터) 이상이며 X자 모양의 타를 갖춰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고 얕은 물에서 우수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이 잠수함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이 독자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에 있다. 종전보다 빠르게 충전이 되고 더 높은 밀도를 가져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어 수중에서도 오랜 시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성능을 크게 높였다는 분석이다. 특히 공기불요추진(AIP) 운영에 필요한 액체 수소와 산소 전용 시설이 없어도 돼 국방비가 부족한 나라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HDS-1500은 자동화 비율을 높여 승무원 숫자를 25명으로 줄일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비슷한 크기의 손원일급 잠수함이 32명의 승조원을 필요로 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무장체계와 전투체계, 소나 체계는 모두 열린 구조로 이뤄져 사용자 요구에 따라 자유롭게 달 수 있다고 HD현대중공업은 밝혔다.

업계 인사들은 "크기가 제한된 1500톤급에서도 오래 항속할 수 있고 잘 숨을 수 있는 설계가 특징"이라며 "앞으로 페루 해군의 작전 환경에 맞춘 맞춤형 체계 통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40년 된 독일제 209급 교체…울산서 공동설계


페루 해군은 지금 독일에서 도입한 앙가모스급, 이슬레이급 209형 잠수함 6척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디젤-전기 잠수함은 1974년에서 1983년 사이에 실전 배치돼 40년이 넘도록 페루 해군의 수중 전력을 담당해왔으며, 지금 그 가운데 마지막 두 척이 현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대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 새로운 잠수함 도입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한다. 현지 국방 소식통은 "HD현대중공업은 세계적 조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마조선소의 생산 능력과 결합해 페루 해군의 현대화를 밀어줄 것"이라며 "공동개발 잠수함은 페루 해군 역사상 가장 앞선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페루 해군과 시마 페루의 핵심 기술자들이 울산에 있는 HD현대 조선소에서 함께 일하여 마지막 사용자의 작전 요구에 맞춰 최적화한 새로운 잠수함의 기본과 세부 설계를 완료할 예정이다.

포스코인터 참여…25년간 23척 함정 건조 구상


서명식에는 페루 대외무역관광부 장관 테레사 스텔라 메라 고메즈, 페루 해군 사령관 하비에르 브라보 데 루에다 델가도 제독, 주한 페루 대사 폴 페르난도 두클로스 파로디 박사 등 페루 고위 관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서는 방위사업청(DAPA) 군사능력국장이 참석하며, 시마 페루, HD현대중공업,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의 대표들도 함께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계 4대 철강 생산업체 가운데 하나이자 한국 조선소의 주요 공급업체로, 한국 방산 수출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 제공 일을 해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페루 해군은 장기 계획에 따라 앞으로 25년간 최대 23척의 함정을 단계적으로 지을 계획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잠수함, 연안초계함(OPV), 다목적 프리깃 등이 포함되며 시마조선소가 중심이 되어 자국 조선 기술력 높이기를 추진한다.

이번 협력은 202411월 페루 APEC 정상회의에서 맺은 양해각서(MOU), 올해 5SITDEF에서 서명된 협력협정(MOA)에 이어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양국은 잠수함 설계 자료 공동개발과 기술문서 작성 등 구체적 사업 실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잠수함 공동 개발을 위한 의향서 서명은 양국 간의 지속되는 협력을 잇는 것이며 남미 해군이 진행한 처음의 포괄적인 합동 잠수함 개발 프로젝트로 평가된다"는 말이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4월 페루로부터 총 6406억 원 규모의 함정 4척 계약을 맺은 상태로, 이번 잠수함 사업까지 더해지면 페루는 한국 방산의 중남미 진출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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