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융제로 교체…미·중 회담 앞 역할 불투명
베선트 "매우 무례" 공개 비판 며칠 후 단행…관계 개선 신호?
베선트 "매우 무례" 공개 비판 며칠 후 단행…관계 개선 신호?

이번 조치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리청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지 며칠 후, 말레이시아에서 예상되는 미·중 회담을 앞두고 나왔다. 인사 변경이 세계 양대 경제 대국 간의 무역 전쟁 협상에서 리청강의 역할에 영향을 미칠지는 즉시 명확하지 않았다.
국영 방송 CCTV에 따르면 리융제가 리청강의 뒤를 이어 WTO 주재 중국 상임대표이자 유엔 부대표로 임명될 예정이다. 리융제는 이전에 상무부 내 WTO 법무 부서 국장을 역임했다.
홍콩 신문 싱타오는 지난 7월 리융제가 WTO에서 리청강의 후임으로 임명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이번 개편이 최근의 긴장과 관련이 없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리청강은 지난 3월 중국의 수석 무역대표로 임명됐으며 미국과의 협상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는 또한 기자회견에서 베이징 대표단의 핵심 인물이기도 했다.
지난주 베선트는 리청강을 "매우 무례하다"고 부르며 8월 회의에서 미국이 중국에 새로운 운송료를 부과할 경우 "글로벌 시스템에 혼란을 야기하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지난 화요일에 서로의 배송에 새로운 수수료를 적용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달 희토류, 관련 장비 및 기술, 이를 함유한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도 발표했다.
국영 통신사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과 중국 간의 화상 통화에는 허리펑, 베선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참석했다. 베선트는 이달 말 한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대면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허리펑을 만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는 미·중 무역 협상의 미묘한 국면을 반영한다. 전문가들은 리청강의 교체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다 유연한 접근을 시도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 국제관계 전문가는 "베선트의 공개 비판 후 신속하게 이루어진 인사 조치는 중국이 미국의 우려를 일부 수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것이 협상 전략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청강은 중국의 강경한 무역 협상 자세를 대표하는 인물로 여겨져 왔다. 그의 교체는 중국이 보다 온건한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인사가 이미 계획됐던 것으로, 최근의 긴장과는 무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싱타오의 7월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리융제는 WTO 법무 전문가로, 국제 무역 규범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의 임명은 중국이 보다 법률적이고 규범 기반의 접근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미·중 무역 협상은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이번 주 말레이시아에서 예정된 허리펑-베선트 회담과 이달 말 한국에서의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향후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상호 관세, 기술 수출 통제, 희토류 규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근 양측이 서로의 배송에 새로운 수수료를 부과하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된다. 토요일의 화상 회담은 양측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리청강의 교체가 협상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무역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양측의 실질적인 양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무역 전문가는 "인사 변경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세 철폐, 기술 이전, 시장 접근 등 핵심 현안에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진핑은 또한 20일 루마니아, 에콰도르, 몰타 등 여러 나라에 새로운 중국 대사를 임명했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외교 네트워크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미·중 협상의 핵심은 양국이 상호 이익이 되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적자 감소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기술 발전과 경제 주권을 지키려 하고 있다.
이번 주 말레이시아 회담과 이달 말 정상회담이 돌파구를 마련할지, 아니면 긴장이 더욱 고조될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