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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KB·하나·우리은행 등 K뱅크, 인도네시아 금융지도를 바꾸다

10년 만에 자산 16조 돌파…'작은 손'에서 '중견 강자'로
'K-산업' 투자 업고 디지털 전환 가속…아세안 허브 넘본다
인도네시아 금융(Perbankan Indonesia) 시장에서 디지털 뱅킹(Digital Banking)을 통한 사업 확장(Ekspansi Bisnis)에 속도를 내는 한국계 은행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헤드 토픽스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네시아 금융(Perbankan Indonesia) 시장에서 디지털 뱅킹(Digital Banking)을 통한 사업 확장(Ekspansi Bisnis)에 속도를 내는 한국계 은행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헤드 토픽스

과거 동남아 시장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계 은행들이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메기'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작은 손'으로 평가받던 이들은 지난 10년간 적극적인 투자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자산 규모를 폭발적으로 늘리며 현지 'Tier 2 중형 권역대 은행군(Mid-tier segment)' 의 반열에 올랐다고 인도네시아 현지 언론 헤드 토픽스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기업금융과 디지털 뱅킹 영토를 동시에 확장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핵심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들은 이제 현지 금융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2025년 6월 말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3개 은행의 현지 자산 총액은 190조 루피아(약 16조 3590억 원)를 돌파하며 최근 5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증명했다.

자산 규모 면에서는 KB국민은행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자본총액 기준으로는 3위지만, 총자산은 83조 6300억 루피아(약 7조 2005억 원)를 기록해 인도네시아 내 한국계 은행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자기자본은 8조 3700억 루피아(약 7206억 원), 핵심 자본인 기본자본(Tier 1)은 6조 5600억 루피아(약 5648억 원)로 탄탄한 재무 구조를 갖췄다.

자본 건전성 측면에서는 우리소다라은행이 돋보인다. 우리소다라은행의 자기자본은 13조 7700억 루피아(약 1조 1855억 원)에 이르며, 특히 기본자본은 11조 4300억 루피아(약 9841억 원)로 한국계 은행 중 가장 크다.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나타내는 자본적정성비율(CAR)은 31.11%라는 놀라운 수준으로, 현지 금융 당국 기준치를 훨씬 웃도는 가장 높은 건전성을 입증했다. 총자산은 58조 2800억 루피아(약 5조 179억 원)로 그 뒤를 이었다. KEB하나은행 역시 자기자본 11조 7500억 루피아(약 1조 116억 원), 총자산 52조 1300억 루피아(약 4조 4883억 원)로 견고한 실적을 보이며 3강 체제를 구축했다.

'본사 자본·디지털' 양날개로 고속 성장


현지 금융 전문가들은 한국계 은행의 약진이 예견된 결과라고 평가한다. 키움증권 압둘 아지즈 애널리스트는 "지난 10년간 한국계 은행들은 인도네시아에 매우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며 "더는 작은 플레이어로 볼 수 없으며, 이제는 탄탄한 자본 구조를 갖춘 중견 금융권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러한 고속 성장의 배경으로 △한국 본사의 아낌없는 자본 지원 △꾸준한 효율화 및 디지털 전환 전략을 꼽았다. 그는 "막대한 자본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자산 건전성을 지키는 중요한 버팀목"이라며 "예금자로서는 예금보험공사(LPS)의 보장 한도를 넘는 거액 예금이 몰리는 곳은 결국 자본과 CAR이 높은 대형 은행”이라며 한국계 은행의 신뢰도 상승 요인을 언급했다.

한국계 은행의 성장은 단순히 외형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산업 연계 금융 허브 역할을 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경제 협력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핵심 금융 동맥 역할을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아세안 첫 생산기지 구축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주도하는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 조성, 첨단 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투자가 급증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무역 금융, 해외 송금 등 국경 간 거래에서 이들의 역할은 매우 커졌다.

나아가 현지 금융의 판도를 바꿀 디지털 전환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국 본사가 가진 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 비대면 대출 절차, 오픈뱅킹 기술을 현지에 이식하며 디지털 금융 시장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중이다. 또한, '녹색 에너지' 및 '전기 이동성'과 같은 신성장 산업 프로젝트에서는 단순 자금 지원을 넘어 직접 금융 촉매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팀 코리아' 경제외교, 금융 영토 확장 뒷받침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력 관계도 한국계 금융기관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이지혁 책임연구원은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국가이며,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주요 수원 파트너 국가 중 하나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인도네시아의 녹색 에너지, 디지털 전환, 보건 분야 등 핵심 프로젝트를 위해 공적개발원조(ODA) 차관 상한선을 15억 달러까지 늘린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계 은행들은 정부의 ODA와 민간 투자를 잇는 '금융 실행 채널'로 기능하며 양국 경제외교에 좋은 효과를 더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대인도네시아 투자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현지 금융 영토를 넓히기 위한 한국계 은행들의 공격적 행보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들의 성장은 인도네시아 금융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나날이 중요해지는 양국의 전략 경제 관계를 한층 더 단단히 다지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아세안(ASEAN) 금융 허브 안에서 위상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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