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국채금리, 7개월 만에 최고치서 하락…시장은 정책 전환 가능성에 '촉각'
전문가들 "규제 효과 입증이 관건…대외 변수도 함께 살펴야"
전문가들 "규제 효과 입증이 관건…대외 변수도 함께 살펴야"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고강도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직후 국내 채권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 금융완화 가능성이 커지고 단기채 가격 상승(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시장 논리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인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3월 이후 최고 수준에서 한풀 꺾이며 내림세로 돌아섰다.
정부 규제로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둔화하거나 꺾인다면,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정책 공간'이 생긴다는 시장의 판단이 반영된 움직임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그동안 높은 금리에 따른 가계 부담에도 투기 수요와 공급 부족이 맞물린 집값 급등세 탓에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묶어두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부동산 족쇄 풀리나…통화정책 '숨통'
이런 시장의 기대감을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손범기 경제분석가는 "만약 정부의 주택 정책이 주택 거래량, 관련 대출 증가세, 시장의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효과적으로 둔화시킨다면 1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 "3년물 국채 수익률은 현재 수준에서 더 내려 2.45% 선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가 달성될 경우, 통화 완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본 분석이다.
시장의 낙관론이 이번 부동산 대책 하나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높은 부동산 가격은 기준금리 인하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국내 채권 수익률을 높게 유지하는 까닭이었다. 다만 이번 재료는 주로 단기물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기물(10년 이상) 금리는 국내 부동산 정책보다 국제 금리 흐름,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앞으로 행보와 물가 상승 기대치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함께 자산 축소를 끝내겠다고 시사하는 등 대외 정책 여건도 통화 완화에 유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는 오는 23일(목요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묶어둘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이후 흐름에 주목했다. 그는 "단기 국채는 앞으로 한두 차례 금리 인하 기대감을 미리 반영하며 강세를 보이리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새로운 주택 종합 대책 발표와 미 연준의 정책 기조 변화가 맞물리면서 시장에서는 11월 금리 인하라는 합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3년물 국채 수익률이 2.40%까지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지만 중요한 조건을 달았다.
강 연구원은 "11월 금리 인하가 현실이 되려면, 지금 발표된 주택 대책들이 시장에서 실제 효과를 낸다는 점이 주택 거래 지표나 소비자 심리 지수 등으로 반드시 드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인하'의 조건…"규제 효과 증명돼야"
시장 참여자들은 오는 23일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과 뒤이어 발표될 관련 경제 지표들을 눈여겨보며 정책 효과를 가늠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주택 가격이 기대만큼 조정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면서 채권 수익률이 다시 오를 위험도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