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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항만 수수료 분쟁에 글로벌 해운업계 '비상'

선박 우회·이사 사임으로 요금 회피…첫 선박 450만 위안 부과
머스크·하팍로이드, 중국 기항 취소…기업들 구조조정 서두러
2025년 8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서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 찬 화물선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8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서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 찬 화물선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선박에 대한 가파른 항만 수수료를 15일 발효시키면서 글로벌 해운 회사들이 선박 우회와 기업 구조조정으로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미국은 글로벌 조선업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축소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국과 연계된 선박에 막대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명백한 보복 조치로 미국 소유 또는 운영 선박에 유사한 관세를 부과했다.

유럽의 거대 해운 기업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제미니(Gemini)라는 동맹의 회원으로 협력하고 있으며, 미국 국적 선박 두 척을 중국 항구에서 우회함으로써 새로운 수수료에 가장 먼저 대응했다.

하팍로이드의 컨테이너선 포토맥 익스프레스(Potomac Express)는 중국 동부 닝보에서 예정된 기항을 건너뛰고 대신 한국 부산으로 향했다. 닝보로 향하거나 닝보를 경유하는 화물은 부산에서 하역된 후 머스크 네트워크를 통해 최종 목적지로 배송될 것이라고 머스크는 15일 밝혔다.
머스크는 더 이상 닝보에 기항하지 않고 한국으로 직접 향하는 머스크 킨로스(Maersk Kinloss) 선박에 대해서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며, 닝보로 향하는 모든 화물은 회사의 기존 네트워크를 통해 하역되고 계속 운송된다.

회사는 고객의 공급망이 "가능한 한 원활하게"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아시아와 북미 항구 사이를 운항하는 태평양 횡단 운송 서비스인 TP7 항로를 "변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토맥 익스프레스와 머스크 킨로스는 모두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건조되었기 때문에 중국의 항만료를 면제받을 수 없어 우회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업들은 베이징이 11일 발표하고 15일 발효된 새로운 관세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신속하게 모든 선박을 우회할 수 없었다.
미국 회사 맷슨(Matson)이 운영하는 미국 국적 컨테이너선 마누카이(Manukai)가 항만 수수료 분쟁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언론 매체 차이신(Caixin)이 15일 보도했다.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마누카이는 14일 닝보에 도착해 16일 상하이에 기항했다. 이는 수수료가 시행된 지 하루 후로, 선박이 446만 위안(약 8억7000만원)의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중국의 항만 수수료는 톤수에 따라 선박에 부과된다는 점에서 미국과 유사하다. 미국 정책과 마찬가지로 이 요금 역시 향후 3년 동안 점진적으로 가파르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을 우회하는 것 외에도 일부 회사는 항만 수수료 교차 사격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이사회를 재편하고 있다. 모든 회사가 이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자사 선박이 미국 또는 중국 소유나 운영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하여 새로운 요금을 피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 상장된 건화물선 회사 퍼시픽 베이슨(Pacific Basin)은 14일 알렉산더 하워스 얏 카이 청이 비상임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회사는 홍콩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그의 사임은 회사가 중국 소유 또는 운영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하는 미국 무역대표부 섹션 301 부속서 1 조항의 잠재적 적용 가능성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14일 미국과 오슬로에 상장된 선주 오케아니스 에코 탱커스(Okeanis Eco Tankers)는 7년 전 회사 설립 이래 이사회에서 활동해 온 로버트 냅과 조슈아 넴저 두 명의 이사가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냅과 넴저의 국적이나 사임 이유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이들의 사임은 회사나 경영진과의 의견 불일치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해운 매체 트레이드윈즈(TradeWinds)는 이번 사임이 회사가 중국 항만 수수료를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수수료는 미국 국적이거나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뿐만 아니라 미국 소유권이 25% 이상인 기업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선박에도 적용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항만 수수료 분쟁이 글로벌 해운 산업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복잡한 우회 항로와 구조조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운송 비용 증가와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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