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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화오션 美 자회사 5곳 제재…"조선 패권전쟁 격화"

연 5척 vs 1만7000척, 美 조선업 재건 협력에 中 보복 압박
트럼프 행정부 301조 조사 맞대응…국무부 "한미 협력 훼손 무책임한 시도" 강력 비판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한화 제재를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한국과 굳건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한화 제재를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한국과 굳건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미지=GPT4o
중국이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전격 제재하자 미·중 조선업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미국 보수매체 브라이트바트는 지난 16(현지시간)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 지배력 조사를 보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의 한화 제재를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하며 한국과 굳건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美 조선 재건 핵심 파트너 한화 겨냥


중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한화쉬핑, 한화 필리조선소, 한화오션 USA 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 홀딩스 등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모든 조직과 개인은 이들 기업과 거래하거나 협력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제재 이유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301조 조사 활동을 지원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미국이 지난 4월 시작한 301조 조사를 직접 보복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USTR은 지난해 4월 중국의 조선업 지배력을 조사하기 시작해 올해 1월 조사를 끝냈다. USTR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관행은 불합리하며 미국 상업 활동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결과 미국은 현재 세계 조선업 순위에서 19위에 머물러 있으며 연간 약 5척의 선박만 건조하는 반면, 중국은 연간 17000척 이상을 건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국제 무역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건조하고, 중국 국영 기관이 자금을 대고, 중국 해운사가 소유하며, 중국이 점점 더 지배하는 글로벌 해운·물류 인프라가 움직이는 선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USTR은 지적했다.

USTR 보고서는 또 중국 정부가 해운·물류·조선 분야를 체계적으로 장악하려는 전략을 펼쳐왔으며, 이 전략이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해치고, 경제 안보 위험을 키우며, 미국 산업 재건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보조금을 통해 지원해 미국의 해운 산업 전반을 무너뜨리는 전술을 썼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은 지난주부터 중국 선박을 대상으로 항만 서비스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으며, 중국도 이에 맞서 즉각 미국 선박에 항만 수수료를 부과했다. 미국은 중국 선박에 톤당 최대 50달러(7만 원), 중국은 미국 선박에 톤당 400위안(79000)을 매기기로 했다. 중국의 항만 수수료는 미국 소유 선박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는 전 세계 해운 선단의 약 5%에 해당한다. 반면 미국이 실제로 건조하는 선박은 전 세계의 약 0.1%에 그친다.

필리조선소 인수가 中 견제 불렀나


한화오션이 중국의 표적이 된 결정타는 지난해 6월 미국 필리조선소를 사들인 것이었다. 한화는 이 조선소 인수에 1억 달러(1418억 원)를 쏟아부었으며, 앞으로 50억 달러(7조 원) 이상을 더 투자해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리조선소는 대형 상업용 선박을 만드는 주요 조선소다. 한화는 이에 앞서 지난해 7월부터 미 해군과 함정 정비 계약을 맺으며 미국과 협력을 깊게 해왔다.
업계는 중국의 이번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한화의 미국 자회사들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이 앞으로 한국 내 한화를 제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레달의 차오쿤 부대표는 "중국이 조선업을 무기화했다"면서 "베이징은 워싱턴이 중국의 해양 지배력에 대응하는 것을 돕는 제3국 기업들을 공격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고 말했다.

"한미 협력 훼손 시도" 美 국무부 강력 반발


미 국무부는 중국의 제재에 즉각 반발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이 한화를 겨냥한 것은 민간 기업 운영을 방해하고 미국 조선업과 제조업 재건을 위한 한·미 협력을 훼손하려는 무책임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대변인은 "중국의 행동은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및 협력국들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시켜준다"면서 "이는 한국을 강압하려는 중국의 오랜 시도 패턴이 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한민국과 굳건히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은 이번 제재를 두고 "영향을 살펴보겠다"면서도 "한화 필리조선소를 통한 미국 해양 산업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중국과 한화오션의 거래 연결고리가 약해 실질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중 해상 패권 경쟁에서 한국 조선업이 주목받자 나온 제재로 오히려 중국이 긴장했다는 증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오션 주가는 제재 발표 다음날인 지난 14일 전 거래일보다 5.76% 떨어진 103100원에 장을 마쳤으나, 15일에는 1.94% 되살아나며 안정을 되찾았다.

·중 두 나라의 조선업 패권 다툼이 한국 기업을 압박하는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이 어떻게 펼쳐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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