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다시 뉴욕 주식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이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려던 계획을 접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대적으로 인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여파로 사상 최고 행진을 하던 뉴욕 주식 시장은 급락세로 방향을 틀었고, 시장 실적지표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는 대대적인 상호관세가 발표됐던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CN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주가 급락세가 저가 매수 기회인지, 아니면 판이 바뀐 터라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인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중 관계 개선 기대 후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중국이 희토류를 ‘인질’로 잡고 있다면서 시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무역협상 중인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희토류를 협상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지를 나타내자 트럼프가 맞받아친 것이다.
트럼프는 아울러 현재 약 30% 수준인 중국 관세율도 대폭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 충격으로 S&P500 지수를 비롯한 뉴욕 주식 시장 3대 지수는 이날 급락했다. S&P500 지수는 33거래일 연속 1% 이상 하락한 적이 없었지만 이날은 낙폭이 2%를 웃돌았다.
B. 라일리 웰스의 최고시장전략가(CMS) 아트 호건은 미국과 세계 2위 경제국 중국 간 관계는 확실하게 더 힘들어졌다고 단언했다.
중국에 제조 기반을 갖추고, 소비 시장도 중국이 기반인 미 빅테크들이 특히 타격이 컸다.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낙폭이 2.5%를 웃돌았다.
저가 매수 시기인가
‘월가 공포지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장중 30% 넘게 폭등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20포인트를 훌쩍 넘겼다. 투자자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다는 점을 뜻한다.
그러나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직전 시장 흐름이 워낙에 탄탄했던 데다 미·중 갈등은 늘 그랬듯 결국 해빙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판단하고 있다.
블루칩 데일리 트렌드 리포트 창업자 래리 텐터렐리는 지수가 고점을 찍은 뒤 2~3% 급락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지금의 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공행진하는 인공지능(AI) 분야가 지금 저가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타코(TACO)?
트럼프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겁먹고 뒤로 빠지는 행태, 이른바 타코를 반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러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타코는 “트럼프는 늘 겁먹고 후퇴한다(Trump Always Chicken Out)”는 말로 트럼프의 허세를 강조하는 말이다.
트럼프가 이번에도 중국을 압박하다 결국에는 뒤로 물러서고, 중국도 이에 화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프리덤 캐피털 마켓츠의 CMS 제이 우즈는 트럼프의 이번 대응 역시 또 다른 협상 전술이라면서 지금의 하락세는 매수 기회라고 강조했다.
불확실성 강화
다만 우즈를 비롯한 일부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이번 대응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한다는 측면에서는 불안한 측면을 안고 있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이날로 10일째 이어지고 있고, 3분기 기업 실적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미·중 관계 악화가 시장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즈는 지금도 셧다운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트럼프의 폭탄 발언은 시장에 전혀 필요 없는 불확실성을 더 높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의 제이 햇필드 최고경영자(CEO)는 무엇보다 최근까지 주식 시장이 사상 최고 행진을 하면서 밸류에이션이 극도로 높아진 점을 우려하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주가가 움직였던 탓에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시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무역전쟁은 이런 완벽한 시나리오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