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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AI 교육 열풍..."166만 원 로봇개가 영어교사, 챗봇이 아이 재워"

정부 주도 수십억달러 시장 급성장…전문가 "사고력 상실·교육 불평등 우려“
중국에서 인공지능(AI) 로봇과 챗봇이 아이들의 교사이자 놀이 친구, 심지어 보모 역할까지 하면서 교육과 육아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에서 인공지능(AI) 로봇과 챗봇이 아이들의 교사이자 놀이 친구, 심지어 보모 역할까지 하면서 교육과 육아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미지=GPT4o
중국에서 인공지능(AI) 로봇과 챗봇이 아이들의 교사이자 놀이 친구, 심지어 보모 역할까지 하면서 교육과 육아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레스트오브월드는 지난 1(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기술기업들의 수익 추구가 맞물려 교육·육아 현장에 AI 도구가 물밀듯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AI 도구가 아동 발달을 해치고 교육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 AI 교육 시장 급부상


중국의 AI 교육 시장은 정부 정책에 힘입어 수십억 달러 규모 산업으로 성장했다. 딥시크(DeepSeek)와 취원(Qwen) 같은 중국산 AI 모델의 성공이 의료에서 농업, 교육까지 전 산업에 AI 도입 열풍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월 지침을 통해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학습 품질을 높이며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아동 교육 전반에 AI 기술을 통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로봇 장난감부터 숙제 채점 시스템까지 AI 도구들이 교실과 가정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이들 도구는 단순히 학습 자료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 역할과 정서 지원까지 맡으며 중국 아동들의 삶에서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두와 주예방(작업방, '숙제 도우미'라는 뜻) 같은 기업들은 수백만 대 AI 학습 태블릿을 팔고 있으며, 전국에 수만 개 AI 학습센터가 생겨나 부모나 교사 없이도 태블릿을 통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166만 원 로봇개가 영어 선생님


장쑤성의 대학 교사 우링 씨는 12세 아들을 위한 영어 튜터를 찾다가 1170달러(166만 원)짜리 로봇 개를 골랐다. 로봇 스타트업 웨이란이 개발하고 딥시크의 AI 모델로 작동하는 30㎝ 높이의 '알파독'8㎏ 무게로, 우 씨 아들의 영어 회화 연습 상대가 되어주고 시사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기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내장 카메라로 우 씨가 외출했을 때 집안을 살피는 일도 한다.

"아들에게는 친구가 필요한데 우리는 외동 가정"이라고 우 씨는 레스트오브월드에 말했다. "아들은 로봇 개에게 국내 뉴스, 날씨, 지리 등 온갖 것을 물어본다. 알파독을 통해 세상이 어떤지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 씨는 지난 여름 아들에게 아이플라이텍 AI 학습 태블릿으로 중국어, 영어, 수학 연습을 시켰다. 이 태블릿은 맞춤 시험 문제를 만들고 아동의 성적을 기록한다. 1500달러(213만 원) 이상 들었지만 대면 수업보다는 여전히 쌌다고 우 씨는 전했다. "사람 교사 없이도 해낼 수 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AI의 확산은 육아 영역까지 파고들었다. 바이트댄스의 AI '더우바오'는 실시간 음성 채팅 기능을 제공하는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특히 요긴하게 쓰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에는 더우바오가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거나 울음을 달래고, 때로는 만화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글이 올라온다.

항저우에 사는 31세 통밍보 씨는 휴식이 필요할 때 4세 아들을 더우바오와 대화하게 한다고 레스트오브월드에 밝혔다. 챗봇은 부드러운 여성 목소리로 아이와 바나나, 로봇, 유치원, 좋아하는 음식인 두부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통 씨는 AI 노출이 아들의 발달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더우바오와 대화한 뒤 아들이 자신에게 참을성이 없어졌는데, 아마도 AI 챗봇이 너무 고분고분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하지만 피곤하고 도움을 받을 곳이 없을 때는 다시 AI 챗봇을 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절대 재워주지 않는다. 더우바오와 대화하는 동안 나는 20분간 낮잠을 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이징 AI 교육 의무화…200개교에 상담 부스


지방 정부들도 각자 목표를 세웠다. 베이징은 학교에서 AI 교육을 의무화했다. 산둥성은 200개 학교에 AI를 깔 계획이며, 앞으로 3~5년 안에 모든 교사가 생성형 AI 도구를 배우도록 요구하고 있다. 광시성은 학교들에 AI 교사, AI 진로 상담사, AI 정신건강 상담사를 실험하라고 지시했다.

한 스타트업인 링신인텔리전스는 올해 약 200개 학교에 AI 상담 부스를 설치했다. 학생들은 이 작은 부스 안에서 AI 에이전트에게 학업이나 가족 관계 불안을 털어놓는다고 정슐량 최고경영자(CEO)는 레스트오브월드에 말했다. "일부 아이들은 선생님과 그다지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작은 부스 안에서 AI와 대화하길 선호한다"라고 정 CEO는 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AI 도입이 형식만 갖췄을 뿐이고 업무량만 늘리며 일부 시스템은 침해까지 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런 반발에도 학교들은 새 AI 제품 도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

"자동 답변 의존하면 사고력 잃어"


전문가들은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교육에서 AI를 연구해온 옥스퍼드대 제레미 녹스 부교수는 레스트오브월드와 인터뷰에서 "현재 AI를 둘러싼 과장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교육기술 산업의 'AI가 더 나은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약속을 의심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젊은이들이 자동 답변에 점점 더 기대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고 경고했다.

녹스 부교수는 AI 도구가 농촌 아동들은 화면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반면 도시 학생들은 자격을 갖춘 교사와 시간을 보내면서 불평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교에서 교육기술을 연구하는 선선 림 교수는 레스트오브월드에 "AI에 지나치게 기대는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교사 및 급우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AI 플랫폼을 아이가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며, 아이를 게으르게 만드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캔자스대 융자오 교육학 교수는 레스트오브월드에 AI가 아직 교육을 뜻있게 바꾸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자체 교수법을 짜는 자유가 더 많은 미국 학교와 견줘, 중국 학교들은 AI를 들였는데도 여전히 국가가 짠 교육과정을 따르며 실험 여지가 거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지금으로서는 AI가 큰 차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사람들은 AI라는 까닭만으로 마구잡이로 물건을 사고 있다"라고 자오 교수는 말했다.

그런데도 대다수 중국 부모와 교육자들에게 AI가 아이들의 성적 향상을 도울 수 있다는 약속은 외면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이런 현상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아동기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오랜 영향에 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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