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펫·파워비아 신기술 불구 '10% 수율'에 발목…미래 명운 걸렸다
미국 정부, 78억 달러 지원 업고 총력전…TSMC·삼성 아성 넘을까
미국 정부, 78억 달러 지원 업고 총력전…TSMC·삼성 아성 넘을까

인텔 반도체 리더십 탈환 전략의 핵심은 과거 1.8나노급으로 불린 2나노 이하 최첨단 노드, 18A 공정이다. 이 공정은 '리본펫(RibbonFET)'과 '파워비아(PowerVia)'라는 두 가지 획기적인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리본펫은 인텔이 2011년 핀펫(FinFET) 이후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GAA)로, 전류 흐름 제어력을 극대화해 전력 효율과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다. 여기에 업계 최초로 도입한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인 파워비아는 신호선과 전력선을 분리해 반도체 내부의 고질적인 병목 현상을 해결하고 칩의 성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인텔은 '4년 내 5개 노드'라는 과감한 로드맵에 따라 2025년 4월 18A 공정의 리스크 생산에 돌입했으며, 올해 말 대량 생산(HVM)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정으로 생산할 클라이언트 CPU '팬서 레이크'와 서버용 프로세서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각각 2025년 말과 2026년 초 출시를 앞두고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다. 실제 제품으로 18A의 성능을 증명하겠다는 인텔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거대 동맹 뒤의 그림자, '수율'이라는 아킬레스건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IFS)의 케빈 오버클리 대표는 외부 고객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그리고 미 국방부가 이미 18A 공정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특히 미 국방부는 국방 시스템 시제품용으로 18A를 공식 승인하며 힘을 실어줬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50억 달러를 투자하고 소프트뱅크가 20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기술 및 금융계의 거물들이 인텔의 파운드리 야망에 기대를 걸면서 생태계는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 뒤에는 '수율'이라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2025년 중반 기준 '팬서 레이크' 칩의 양산 수율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업계의 통상 수익 분기점인 70~80%를 크게 밑돌고 있다. 특히 인텔이 칩의 성능을 일부 타협하는 대신 최대 성능 유지를 고집하면서 수율 개선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2025년 7월에는 일부 신규 고객 수주를 중단하고, 개발 역량을 차세대 공정인 14A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외부 고객보다 자사 제품 위주로 18A 공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인텔의 18A 공정은 단순한 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맞물린 지정학의 승부수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의 이런 행보는 TSMC와 삼성 등 동아시아에 쏠린 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본토로 가져와 경제와 국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다. 미국 정부는 '칩스법(CHIPS Act)'으로 인텔에 78억 6000만 달러라는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9.9%의 지분까지 확보하며 노골적으로 인텔 밀어주기에 나섰다.
하지만 인텔이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경쟁사인 TSMC는 2나노 공정(N2)의 2025년 말 양산을 예고했으며, 높은 수익성과 매출 전망에 힘입어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급 SF2 공정으로 맞불을 놓을 채비를 하고 있어 삼각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미래 건 '운명의 시간'
반면, 수율 확보 실패는 9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투자가 물거품이 되고, 파운드리 사업부가 막대한 재정적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부 분사 또는 팹리스 기업으로 전환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와 시장은 앞으로 몇 달간 인텔이 발표하는 공식 18A 수율 자료와 '팬서 레이크'의 성공적인 출시 여부를 눈여겨봐야 한다. 단기 수율 난제 극복과 외부 고객 다변화라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인텔이 어떻게 풀어낼지에 따라 세계 반도체 시장의 미래 지도가 달라질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