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공식적으로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무역협상 대가로 ‘대만 카드’ 꺼낸 시진핑
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중국과의 경제 협정 체결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대만 문제를 자신의 ‘중국몽’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삼아왔으며 3기 집권 이후에도 “통일은 불가피하다”고 반복 강조해왔다.
현재 미국의 공식 입장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수준으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 표현이 불충분하다며 미국이 명확히 ‘대만 독립에 반대한다’고 선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 차원을 넘어 워싱턴과 타이베이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중국 내에서 자신의 권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정치적 성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트럼프 행정부, 모호한 태도 유지
WSJ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양측의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중국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최대 위협”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내 임기 중 대만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언급했으나 군사 개입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최근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원조 일부를 지연시키고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미 경유를 불허해 무역 협상을 우선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 전문가들 “미국과 대만 간 이간질 시도”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중국프로그램 소장도 “미국의 정책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겠지만 중국은 끈질기게 요구하며 결국 대만의 미국 의존심리를 흔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고위급 외교 교류 이어질 듯
WSJ는 양국이 최근 틱톡 매각 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으면서 고위급 교류 일정이 가시화됐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다음달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정상회의에서 만날 예정이며 내년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과 연말 시 주석의 방미도 추진되고 있다. 다만 이는 중국이 무역과 펜타닐 원료 차단 협력에 얼마나 협조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WSJ는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