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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엑셀, 삼성 4나노 LPU로 엔비디아 아성에 도전장

HBM 대신 LPDDR5X 채택…독자 아키텍처로 가격·성능 동시 공략
2026년 양산 목표, 시리즈 B 투자 유치 추진…AI 반도체 시장 재편 예고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한 언어 처리 장치(LPU).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고가의 HBM 대신 LPDDR5X 메모리를 채택해 엔비디아 GPU의 10분의 1 가격을 구현했다. 하이퍼엑셀은 LPU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하이퍼엑셀이미지 확대보기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이퍼엑셀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한 언어 처리 장치(LPU). 삼성전자 4나노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고가의 HBM 대신 LPDDR5X 메모리를 채택해 엔비디아 GPU의 10분의 1 가격을 구현했다. 하이퍼엑셀은 LPU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하이퍼엑셀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이 세계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의 절대강자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고 대만 IT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아시아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엔비디아 H100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언어 처리 장치(LPU)로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포부다.
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팹리스) 하이퍼엑셀이 2026년 거대 언어 모델(LLM) 전용 AI 칩 'LPU'를 본격 양산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4나노미터(nm) 최첨단 공정으로 만드는 이 칩은 LLM의 종단 간 추론(end-to-end inference) 연산에 특화한 세계 최초의 가속기 하드웨어다.

하이퍼엑셀이 제시하는 LPU 공급 목표 가격은 약 500만 원(3585달러)이다. 이는 현재 AI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 H100 GPU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파격이다. 이처럼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기업들의 투자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어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LPU의 가격 혁신은 메모리 선택의 차별화에서 비롯된다. LPU는 현재 AI 반도체 표준처럼 여겨지는 고가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LPDDR5X 메모리를 채택했다. HBM은 높은 대역폭을 자랑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공급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하이퍼엑셀은 독자 개발한 아키텍처를 통해 LPDDR5X를 사용하면서도 메모리 대역폭을 최대 90%까지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HBM 기반 GPU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비용과 전력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에너지 효율, H100보다 1.33배 우수"…독자 아키텍처로 승부


하이퍼엑셀이 공개한 LPU의 기술 사양은 저전력·고효율 설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칩 면적은 0.824㎟이며, 소비 전력은 284.31mW에 불과해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과제인 에너지 문제 해결에 강점이 있다. 성능 면에서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3억 개 매개변수(1.3B) 모델 기준 토큰 처리 지연 시간(latency)은 1.25ms/토큰이며, LPU 2개를 활용하면 660억 개(66B) 거대 모델에서도 20.9ms/토큰의 빠른 속도를 낸다. GPU와 비교하면 처리 속도가 각각 2.09배, 1.37배 빠르며, 특히 에너지 효율은 엔비디아 H100에 비해 1.33배 우수하다.

하이퍼엑셀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회사는 LPU 칩을 효율 높게 활용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함께 구축했다. '하이퍼덱스(HyperDex)'라는 전용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과 LLM을 원활하게 실행하도록 지원한다. 하드웨어는 클라우드와 엣지 데이터센터용 FPGA 서버 '오리온(Orion)' 시리즈에 탑재해 운영한다.

2026년 양산 돌입…대규모 투자 유치가 관건


LPU 양산 계획도 구체화했다. LPU의 공식 주문형 반도체(ASIC) 버전은 설계를 이미 마쳤으며, 현재 삼성전자의 디자인 솔루션 파트너(DSP)인 세미파이브에서 백엔드 검증 단계를 밟고 있다. 검증이 끝나고 팹아웃(설계를 파운드리에 넘기는 단계)을 거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첫 완제품 칩은 2026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하이퍼엑셀은 2026년을 사업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2026년 초 데이터센터용 LPU를 정식 출시하고, 같은 해 연말에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같은 단말기(온디바이스 AI)에 탑재할 칩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파트너사들과 개념 증명(PoC)과 실제 납품을 연내에 끝내고 세계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

다만 4나노 최첨단 공정 양산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2023년 1월 설립한 하이퍼엑셀은 2024년 말까지 누적 610억 원(43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안정된 양산 체제를 갖추려면 최소 1000억 원(7100만 달러) 이상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하이퍼엑셀은 2026년 초 LPU의 성능을 시장에서 입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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