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첫 환율 정책 합의에 업계 주목
3500억 달러 투자 협상과 분리…"환율 시장 결정" 원칙 재확인
3500억 달러 투자 협상과 분리…"환율 시장 결정" 원칙 재확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미국과) 환율협상에 대해서는 협의가 완료됐고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한미 통화스와프나 관세협상과는 별도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환율 압박 속 한국의 전략적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환율 문제가 통상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합의는 큰 의미를 지닌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함께 환율을 무기로 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으며, 최근 8개 '비관세 부정행위'를 나열하면서 '환율 조작'을 첫 번째로 지목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이 지정하는 환율조작국보다 한 단계 낮은 '환율 관찰 대상국'에 들어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다시 지정했다. 미국은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 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 3가지 기준을 두고 평가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7%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의 0.2%에서 급증했다. 한국의 기술 관련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탄탄해 상품 흑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 경제에 미치는 충격 우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와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한 후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 감시 요청 등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취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보편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약 63조 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환율 압박까지 더해지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통화스와프는 다른 차원의 협상
구 부총리는 미국이 통화스와프 요청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베선트 장관은 우리 외환시장을 충분히 알고 있고 제가 또 다른 몇 가지 사항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마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의 투자규모 증액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구 부총리는 "증액 요구는 들은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 제조업 보호와 물가 안정을 위해 무역 상대국에 사실상 환율 절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원화 약세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환율과 무역수지 불균형을 직접 연결지은 적이 있다.
이번 환율협상 타결로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한미 관세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정책 추진에 강한 탄력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해외 경제 환경과 금리 위험에 촉각을 세우고 짜임새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할 때로 평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