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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다의 게임체인저 [하]] K-잠수함, '속도혁명’으로 세계시장 도전

독일·프랑스보다 2-4년 빠른 납기, 연간 5척 양산체제 구축, 제조강국 위력 발휘
원팀코리아로 공급망 안정화…9억 달러 가성비에 78개국 잠수함 시장 정조준
'메이드 인 코리아' 잠수함이 세계 해상무기 시장에서 '속도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메이드 인 코리아' 잠수함이 세계 해상무기 시장에서 '속도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이미지=GPT4o
[편집자 주] 상편에서는 캐나다·그리스·폴란드 3개국 동시 수주전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등장한 K-잠수함의 현황을 다뤘다. 하편에서는 전통 강국들을 압도하는 제조역량과 경쟁전략, 그리고 미래 발전방향을 집중 분석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잠수함이 세계 해상무기 시장에서 '속도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 잠수함 산업이 계약 후 6년 내 첫 함정을 인도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납기 능력을 바탕으로 독일·프랑스 등 전통 강국보다 2-4년 빠른 공급 시스템을 완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조선소들이 연간 2-3척의 잠수함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잠수함 시장에서 '품질''속도'를 무기로 한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납기경쟁력, '스피드 코리아'의 진가


한국 잠수함 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압도적인 납기 경쟁력이다.

한화오션은 현재 계약 체결 후 6년 내에 첫 번째 잠수함을 인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이는 독일 TKMS나 프랑스 나발그룹이 통상 8-10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해 2-4년이나 앞당긴 혁신적 성과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량생산 능력이다. 국내 두 조선소는 현재 연간 2-3척의 잠수함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으며, 한화오션은 2029년까지 연간 5척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는 유럽 경쟁업체들이 연간 1-2척 수준인 것과 비교해 월등한 규모다.

건조부터 해상시험까지의 체계적 검증 과정도 2-3년으로 최적화돼 있다. 인도네시아에 3척을 성공적으로 수출한 실적을 통해 이미 품질과 신뢰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상태다.

'원팀 코리아' 체제, 완벽한 밸류체인 구축


한국 잠수함의 또 다른 경쟁력은 조선소부터 정부까지 아우르는 '원팀 코리아' 체제에서 나온다.

역할 분담도 명확하다. 한화오션이 잠수함 수출을 전담하고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수출을 맡아 중복 경쟁을 피하면서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정부도 방산수출지원본부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금융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핵심 부품 공급망의 안정성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SDI(배터리), LIG넥스원(소나시스템), 한화디펜스(전투체계), 범한산업(AIP시스템) 등 국내 업체들이 핵심 기술을 공급하면서 76-80%의 높은 국산화율을 달성했다.
이는 수출 과정에서 결정적 우위를 제공한다.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3국 부품 승인 지연이나 수출 통제 등의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글로벌 각축전, 전통 강국들과 정면승부


국제 잠수함 시장은 그야말로 기술과 자본이 총동원된 치열한 각축장이다.

독일 TKMS는 여전히 NATO 재래식 잠수함의 70%를 공급하는 절대강자다. 최신형 Type 212CD는 다이아몬드형 스텔스 선체와 첨단 AIP 시스템으로 무장했으며, 최근 독일-노르웨이 합작으로 55억 유로(8조원) 규모 대형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높은 비용과 긴 납기가 아킬레스건이다.

프랑스 나발그룹은 스코르펜(Scorpene)급의 수출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신형 스코르펜 이벌브드는 78일간 잠항이 가능한 혁신적 성능을 자랑하며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수주에 성공했다.

스웨덴 사브의 A26 블레킹에급은 GHOST 스텔스 기술의 결정체다. 18일 이상 잠항이 가능하고 승무원을 26명으로 줄여 높은 자동화 수준을 구현했지만, 제한적 생산능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은 소류급과 타이게이급으로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선도했지만 헌법적 제약과 척당 54000만 달러가 넘는 높은 가격으로 수출 실적은 미미하다. 중국은 파키스탄에 840-50억 달러 규모로 수출하며 가격 공세를 펼치고 있다.

가성비와 기술력 겸비, K-잠수함의 승부수


한국 잠수함의 최대 강점은 기술-경제성의 절묘한 균형이다.

KSS-III는 척당 약 9억 달러로 독일이나 프랑스 제품보다 20-30% 저렴하면서도 동등 이상의 성능을 제공한다. 세계 유일의 AIP+SLBM 융합기술, 1만 해리 항속력, 20일 이상 잠항 능력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사양이다.

포괄적 산업협력 모델도 경쟁업체들을 압도한다. 현지 생산, 기술 이전, 훈련센터 구축, MRO(정비·수리·개조) 시설 투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해 고객국의 방위산업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특히 높은 국산화율을 바탕으로 핵심 기술 이전이 가능해 유럽 업체들보다 훨씬 유연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결정적 경쟁우위다.

구조적 한계 극복이 숙제, 차세대 기술 확보 절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약점은 핵추진 잠수함 기술의 부재다. AUKUS 동맹과 같은 전략급 잠수함 시장에서는 아예 경쟁할 수 없고, 장거리 대양 작전이 필요한 일부 국가들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어렵다.

품질과 신뢰성 면에서도 독일, 프랑스가 수십 년간 축적한 운용 데이터와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본격적인 수출 진출과 중국의 공세적 가격 경쟁도 위협 요인이다.

NATOEU'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정책도 넘기 어려운 벽이다. 정치적·안보적 고려에서 서구 동맹국들이 역내 업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어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AI 무인체계·극지작전 대비, 미래기술 선점 나서야


업계는 차세대 기술 확보와 시장 다변화가 지속 성장의 열쇠라고 입을 모은다.

차세대 기술 개발은 진행 중이나,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시스템 연동, 극지방 작전 능력 강화, 고온 초전도 모터를 활용한 완전 전기추진 등 차세대 기술 선점이 시급하다.

시장 확장을 위한 중형 플랫폼 개발도 필요하다. 3000톤급 KSS-III가 일부 시장에서는 과대 사양으로 평가되는 만큼, 2000톤급 중형 잠수함으로 시장 스펙트럼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K-잠수함, 조용한 바다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


K-잠수함의 현주소는 한국 방산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 유일의 AIP+SLBM 융합기술로 무장한 KSS-III 도산안창호급이 캐나다 60조원 수주전을 비롯해 그리스·폴란드 등 3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단순한 개별 성과를 넘어선다. 이는 한국이 조선업 강국에서 잠수함 강국으로, 나아가 해양안보 솔루션 제공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정표다.

특히 계약 후 6년 내 인도라는 압도적 납기 경쟁력과 연간 5척까지 확장 가능한 대량생산 체제는 '속도''품질'이라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전통 강국들의 느긋한 납기와 높은 가격에 지친 전 세계 해군들에게 혁신적 대안을 제공하면서 78개국 잠수함 보유국 시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원팀 코리아' 체제의 위력이다. 조선소·방산업체·정부가 하나로 움직이며 완성한 76-80% 국산 공급망은 기술 종속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면서도 유연한 기술 이전을 가능케 한다. 이는 단순한 무기 판매를 넘어 고객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다.

물론 핵추진 기술 부재, NATO의 바이유러피언 정책, 일본·중국의 견제 등 구조적 한계도 엄존한다. 하지만 AI 무인체계, 극지작전 능력, 고온 초전도 추진 등 차세대 기술 확보와 중형 플랫폼 개발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나간다면, K-잠수함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해상패권 구도의 새로운 변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한 바다 밑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혁신적 도전이 성공한다면, K-방산의 새로운 전설이 시작될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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