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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카이스트, 시속 12㎞ 휴머노이드 공개…핵심부품·AI 완전 국산화

'눈 감고' 험지 돌파…문워크 등 고난도 동작도 척척
핵심 부품부터 AI 제어기까지 100% 독자 기술…MIT와 협력해 상용화 박차
카이스트 연구팀이 공개한 차세대 인간형 로봇이 걷고 있는 모습. 이 로봇은 시속 12㎞로 달릴 수 있으며, 핵심 부품과 인공지능(AI) 제어 기술을 모두 독자 개발했다. 사진=카이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카이스트 연구팀이 공개한 차세대 인간형 로봇이 걷고 있는 모습. 이 로봇은 시속 12㎞로 달릴 수 있으며, 핵심 부품과 인공지능(AI) 제어 기술을 모두 독자 개발했다. 사진=카이스트
국내 연구진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시속 12㎞로 질주하고 시각 센서 없이 험지를 돌파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문워크'와 '덕워크' 등 인간 고유의 복잡한 움직임까지 완벽히 소화해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과학기술 전문매체 테크엑스플로어가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성과는 로봇의 '심장'과 '두뇌'로 불리는 핵심 부품과 인공지능(AI) 제어 기술을 모두 우리 기술로 확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완전한 기술 자립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박해원 교수 연구팀은 실제 산업 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하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사람과 비슷한 키(165㎝)와 몸무게(75㎏)로 만들어져 인간 중심 환경에서 활동성을 높였다.

개발된 로봇은 평지에서 최대 시속 12㎞(초속 3.25m)로 달리며, 30㎝ 높이의 계단, 턱, 파편 같은 장애물을 쉽게 오른다. 특히 시각 정보가 전혀 없는 '눈 가리고 걷기' 실험에서도 로봇은 내장된 센서와 제어기만으로 울퉁불퉁한 지면과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즉각 반응해 균형을 잡고 원래 경로로 복귀하는 등 안정성이 최고 수준임을 보였다. 연구팀은 단순한 보행을 넘어 오리걸음이나 문워크처럼 인간 특유의 복잡하고 유연한 동작까지 구현해 로봇 움직임 제어 기술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줬다.

핵심 부품·AI 두뇌까지…완전한 '기술 독립'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원천 기술을 확보해 '기술 독립'을 이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로봇 성능을 좌우하는 모터, 감속기, 모터 드라이버 등 모든 핵심 구동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만들었다. 그동안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고성능 로봇 부품 분야에서 국산화의 길을 연 것으로, 국내 로봇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 자립도 이뤄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강화학습 알고리즘으로 가상 환경에서 인공지능 제어기를 훈련시킨 뒤 '가상-현실 전환'의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는 가상 세계의 학습만으로 실제 로봇이 높은 수준의 임무를 해낼 수 있음을 뜻하며, 로봇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연구팀은 개발 과정에서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반복해서 뛰는 외다리 '호핑 로봇'도 선보였다. 이 로봇은 360도 공중제비 같은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이며 연구팀의 인공지능 제어 기술력을 증명했다. 특히 생물의 움직임을 모방하지 않고 순수 강화학습만으로 새로운 기계 동작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MIT와 협력…산업 현장 투입 '성큼'


연구팀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 주행 속도를 시속 14㎞(초속 4.0m)까지 끌어올리고, 40㎝가 넘는 계단 오르기와 사다리 타기 등 한층 어려운 임무 수행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공동 연구 체계도 갖췄다. 완전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자 카이스트 내 황보재민 교수팀(팔), 명현 교수팀(위치 파악과 경로 탐색), 김재철AI대학원 임재환 교수팀(시각 기반 조작 지능)은 물론, 로봇 손 분야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김상배 교수팀과도 힘을 모은다.

궁극적인 목표는 무거운 물건을 나르거나 밸브와 문손잡이를 조작하고, 수레를 밀면서 동시에 걷는 등 실제 산업 현장의 복잡한 요구에 대응하는 다재다능한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카이스트 박해원 교수는 "이번 성과는 핵심 부품과 인공지능 제어기를 우리 기술로 확보해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자립을 이룬 중요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상체를 포함한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발전시켜 실제 산업 현장의 복잡한 요구를 해결하고,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차세대 로봇으로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오는 29일 로봇 지능 분야 최고 학술대회인 'CoRL 2025'와 10월 1일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학술대회인 '휴머노이드 2025'에서 각각 발표한다. 이번 성과는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차세대 기반 기술로서,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 독립성과 응용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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