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튜터' 시대 마감…데이터 품질로 AI 고도화 승부수
'전문 튜터'는 10배로 확대…산업별 맞춤형 AI 진화 예고
'전문 튜터'는 10배로 확대…산업별 맞춤형 AI 진화 예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AI) 기업 xAI가 생성형 AI 챗봇 '그록(Grok)'의 데이터 학습을 담당해 온 핵심 인력 500명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xAI가 지난 9월 12일(현지시각) 밤 단행한 이번 조치는 '범용 AI 튜터'의 비중을 줄이고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 AI 튜터'를 대폭 확대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전환이다. AI 모델의 고도화 경쟁 속에서 이뤄진 갑작스러운 인력 개편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xAI는 데이터 주석 팀 소속 직원 500명에게 이메일로 해고를 통보했다. 이들은 AI 챗봇 그록이 더 정확하고 정교한 답변을 만들도록 실제 데이터를 가공하고 AI의 학습 품질을 높이는 'AI 튜터' 또는 '데이터 어노테이터' 역할을 수행해왔다.
회사가 보낸 이메일은 이번 결정의 배경을 명확히 설명했다. xAI는 "'사람 기반 데이터 작업(Human Data efforts)' 전반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전문 AI 튜터의 확장을 가속하고 우선순위를 높이는 동시에 일반 AI 튜터 역할에 대한 집중은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초점 변화에 따라 더는 대부분의 일반 AI 튜터 직책이 필요 없어졌으며, 당신의 xAI 고용은 종료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회사는 이들의 시스템 접근을 즉시 차단하고, 급여는 계약 종료일 또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지급한다.
xAI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인력 감축을 넘어 AI 학습 방법론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xAI가 2023년 그록을 처음 공개한 이후 X(옛 트위터)의 프리미엄+ 구독자 등을 중심으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최근에는 성능을 높인 '그록 4' 모델까지 내놓았다. xAI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는 '범용' 데이터 전문가 대신, 특정 분야에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통해 AI 모델의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xAI는 챗봇 확산을 위해 해마다 수백억 원을 투자하며 분야별 전문가 집단의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확보해왔다.

xAI는 일반 AI 튜터 팀을 해체하는 동시에 전문 AI 튜터 팀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xAI는 지난 9월 13일 공식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xAI의 전문 AI 튜터들은 막대한 가치를 더하고 있다. 우리는 즉시 전문 AI 튜터 팀을 10배로 늘릴 것"이라고 발표하며, 대규모 전문가 채용을 예고했다.
현재 xAI 공식 웹사이트는 비디오 게임, 웹 디자인, 데이터 과학, 의학,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AI 튜터를 모집하는 공고를 내고 있다. 회사가 해고한 직군이 주로 일상적이고 범용적인 대화 데이터를 처리했다면, 새로 채용할 전문가들은 특정 산업 현장의 깊이 있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이번 대규모 해고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미 지난주 데이터 주석 팀의 다수 고위급 직원들의 업무용 메신저 슬랙 계정이 비활성화하는 등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AI 업계는 xAI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이 심화하면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단계를 넘어, 특정 분야에 특화된 고품질 데이터를 통해 모델의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전략 전환으로 그록이 특정 전문 분야에서 제공하는 답변의 정확도와 깊이를 크게 높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번 결정은 그록이 단순 범용 챗봇을 넘어 각종 산업과 전문 업무에 최적화한 고성능 전문 챗봇으로 진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