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삼성SDI·SK온, 폴란드·헝가리 기가팩토리로 BMW·메르세데스·폭스바겐 대규모 공급

EU가 자체 생산 확대를 꾀하지만, 중·동부 유럽에 구축된 한국 기가팩토리가 없으면 안정적 공급망 확보가 쉽지 않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국 배터리 3사, 시장 선점 발판
한국 에너지 업체들은 2016년부터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를 예상해 폴란드·헝가리·독일에 기가팩토리 건설을 본격화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유럽 배터리 셀 제조 능력 중 한국 기업 비중은 75%에 달하며,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약 50%를 차지한다.
삼성SDI와 SK온도 헝가리 괴드시·이반사·코마롬 공장에서 BMW·폭스바겐·메르세데스·벤츠·포드·재규어랜드로버 등에 셀과 팩을 공급하고 있다.
반면 중국계 기업의 유럽 내 셀 생산능력 비중은 2024년 기준 10% 내외로, CATL의 독일 튀링겐 공장(연간 8GWh)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전체 생산능력 관점에서 중국이 약 85%를 장악하고 있다는 통계(글로벌 3TWh 중 85%)와는 구별해야 한다. 이는 ‘전 세계’ 배터리 셀 설비 기준이고, 유럽 ‘지역시장’에 한정하면 한국 기업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브로츠와프 기가팩토리, 유럽 최대 생산기지
폴란드 브로츠와프 기가팩토리는 100헥타르 부지에 연간 86GWh를 생산한다. 9500명을 고용한 이 공장은 메르세데스·아우디·포르쉐·재규어랜드로버 등에 셀을 납품한다. 현지 지방정부 관계자는 “브로츠와프 공장은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중요한 거점”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시 공장에서 연간 약 20GWh를, SK온은 이반사·코마롬 공장에서 현대·기아와 포드용 배터리를 합쳐 약 30GWh를 제조한다. 중국 CATL은 독일 튀링겐 공장에서 연간 8GWh를 생산 중이며, 생산량을 14GWh로 늘릴 계획이다.
EU 자급화 정책의 딜레마
EU 집행위원회는 2017년 유럽배터리연합(EBA)을 출범시키고 IPCEI-Batteries 연구단 보고서에서 2023년 말 유럽 내 생산된 셀로 수요 80%를 충당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핵심 기술과 대규모 투자 역량은 한국 기업이 주도해 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셀·부품 최소 EU 함량’ 법안 초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유럽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유럽산 배터리 비중을 높이려면 추가 공장 건설과 인력 양성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지금까지 유럽 내 배터리 산업은 외국 자본에 크게 의존해 왔다”며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시장에서도 ‘韓 의존도’ 상승
유럽과 미국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국 배터리 3사의 움직임은 전기차 산업 지형도를 재편할 만큼 파급력이 크다. 앞으로 EU의 자급화 목표 달성 여부는 한국 기업과의 협력 수준과 현지 투자의 속도에 달렸다는 평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