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심층분석] 美 은행 합병 급증, 2025년 23조 달러 돌파…트럼프 규제 완화 영향

2025년 미국 은행 M&A, 4년 만에 최대…시장 반응은 ‘빅딜’에 엇갈려
미국 은행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속에 2025년 들어 합병·인수(M&A)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은행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속에 2025년 들어 합병·인수(M&A)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미지=GPT4o
미국 은행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를 바탕으로 2025년 들어 합병·인수(M&A) 건수가 급증했으나, 대형 합병에 대한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라고 지난 12(현지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합병 빅딜급증…규제 완화 영향


배런스가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통계를 인용해 최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은행 합병과 인수는 지난 9일까지 118건이 발표되며 합계 233000억 달러(324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6건 대비 속도 면에서 앞서고, 거래규모면에서도 지난해 163000억 달러(22700조 원)를 이미 초과했다. 2023년에는 96, 41000억 달러(5715조 원) 수준이었다. S&P 조사 결과, 연초에는 M&A가 부진했으나 하반기에 들어 규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월별 발표 건수와 규모 모두 크게 증가했다.

배런스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여름 은행 합병 심의 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검토 절차를 단축했다. 이 여파로 올해 7월에는 한 달간 26건이 발표돼 2021년 이후 최다 기록을 세웠다. 월가에서는 완화된 규제와 저금리 기대, 양호한 신용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반응…대형 합병에도 주가 급락사례

은행 간 합병은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 반응이 복잡하게 나타났다. 지난 7월 발표된 86억 달러(119800억 원) 규모의 피나클 파이낸셜(Pinnacle Financial Partners, 테네시주)과 시노버스 파이낸셜(Synovus Financial, 조지아주)동등 합병(Merger of equals)’ 사례의 경우, 발표 후 양사 주가가 각각 16%, 17%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합병 구조 자체에 대한 의구심, 동등 합병 모델의 효율성, 혹은 M&A 자체에 대한 불신이 혼재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발표된 주요 합병 사례도 연이어 주목받고 있다.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은 콜로라도주 민간 대형은행 퍼스트뱅크(FirstBank)41억 달러(571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PNC는 덴버지역 예금 기준 20%, 지점수 기준 14% 점유율을 확보하게 됐다. 오하이오 대형은행 헌팅턴 뱅크셰어스(Huntington Bancshares)도 텍사스 소규모 커뮤니티은행 베리텍스 홀딩스(Veritex Holdings) 인수에 19억 달러(264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와 시애틀 지역의 메카닉스 뱅크(Mechanics Bank)와 홈스트리트 뱅크(HomeStreet Bank)의 합병, 콜롬비아 뱅킹 시스템(Columbia Banking System)의 퍼시픽 프리미어 뱅코프(Pacific Premier Bancorp) 인수 등도 올 들어 마무리됐다.

이 같은 대형 거래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에서는 거래 자체보다 해당 조합의 시너지, 영업 효율성, M&A에 대한 근본적 회의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루이스트 증권(Truist Securities) 애널리스트 존 맥도널드는 시장에서는 합병 자체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경쟁 구도 변화…규모 경쟁본격화


미국 은행 수는 오랜 기간 감소세를 이어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 200~300건의 M&A가 이뤄졌으나 최근 5년 사이 연간 거래수가 100건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은행 숫자는 1986년 정점(18083) 대비 75% 감소했다. 현재 남아 있는 은행은 4400개 내외다.

이 같은 구조 재편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추구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1115조 원), 나머지 빅4(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합산을 능가한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4대 시중은행의 독주에 맞서기 위해 중소형 은행들이 합병과 인수를 통한 덩치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5월 마무리된 캐피털원 파이낸셜(Capital One Financial)의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Discover Financial Services) 인수합병(353000억 달러, 49200억 원)은 빅딜 규제 완화 이후 첫 사례로, 암묵적으로 시장이 대형 거래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됐음을 보여준다. 소비자 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경쟁 약화, 수수료 인상, 독점 우려를 제기했으나, 은행 측은 비용 절감과 소비자 혜택 확대를 주장했다.

중소은행 희소가치M&A 타깃 변화


현재 미국 내 4000여 곳 대부분 은행은 자산 규모 100억 달러(139400억 원) 미만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중 일부가 경쟁력, 수익성, 자금 조달 능력 부족 등으로 합병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제퍼리스(Jefferies) 투자은행은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 유타주), 이글 뱅코프(Eagle Bancorp, 메릴랜드주), 퍼스트파운데이션 뱅크(First Foundation, 텍사스주), BOK 파이낸셜(BOK Financial, 오클라호마주)를 잠재적 M&A 타깃으로 꼽았다. 인수 후보에는 컬렌/프로스트 뱅커스(Cullen/Frost Bankers, 자산 80억 달러, 111500억 원), 이스트웨스트 뱅코프(East West Bancorp, 자산 150억 달러, 209000억 원) 등이 거론됐다.
케이프 브루이테 앤 우즈(Keefe, Bruyette & Woods) 톰 미쇼(Tom Michaud) 대표는 희소가치가 생긴 은행은 빅4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 변화 가속…시장 반응‧규제 논쟁 지속


트럼프 행정부의 완화된 규제와 업계 재편을 추구하는 은행의 합병 움직임, 그리고 시장의 복합적 평가가 맞물린 2025년 미국 은행업계는 대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병을 통해 규모 경쟁, 비용 효율, 디지털화 대응 등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은행에 희소가치가 부여되면서, 대형 합병이 지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합병 발표 직후 해당 은행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자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관측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