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IT 혁신의 심장부로 일컬어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에서 Z세대 직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반면, 평균 근로자 연령은 5년 이상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인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페이브의 분석을 인용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상장 IT 대기업들의 21~25세 직원 비중이 2023년 1월 15%에서 2025년 8월 6.8%로 급감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비상장 대형 기술기업도 같은 기간 9.3%에서 6.8%로 줄었다.
◇ 평균 연령 5년 이상 상승
페이브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 상장 기술기업들의 직원 평균 연령은 2023년 1월 34.3세에서 올해 7월 39.4세로 5년 넘게 올랐다. 비상장 기업은 35.1세에서 36.6세로 소폭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확산 속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자리를 지키고 AI에 의해 가장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초기 직무가 줄어들면서 젊은 층의 진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AI 확산이 진입 막아
매트 슐만 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35세, 40세 직원은 AI가 아직 대체하지 못하는 판단 능력을 가진 반면에 단순 데이터 처리 업무에 집중하던 20대 초반 직원들은 자리를 잃기 쉽다”며 “사실상 두 개의 세상이 공존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인력 감축과 동시에 자동화 기술을 강화하면서 신규 채용 문턱을 높이고 있다. 컨설팅업체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 기업들은 80만6000건의 감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 혁신 저해 우려
슐만 CEO는 “영업 직무만 봐도 초급 단계에서 경험을 쌓아야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고급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며 “이 경로가 사라지면 미래 인재 양성이 막힌다”고 말했다.
◇ Z세대의 생존 전략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Z세대가 여전히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슐만 CEO는 “기성 기업문화에 덜 물든 21세, 22세 직원들이 오히려 AI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모델을 연구하고 맞춤형 툴을 만드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용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의 프리야 라소드 에디터는 “학위보다 자격증이나 마이크로 크레덴셜 같은 새로운 역량 인증이 채용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