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500억 달러 지원책 제안…미 상원 "협의 대상 불분명" 혼선 토로
중국 '조선 굴기' 맞서 동맹 협력 절실…미, 총괄 조직 부재로 사업 공전
중국 '조선 굴기' 맞서 동맹 협력 절실…미, 총괄 조직 부재로 사업 공전

최근 한국과 일본을 찾은 미국 민주당의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과 앤디 김 상원의원은 조선업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결과를 언론에 밝혔다.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조선업에 맞서려면 동맹국의 힘을 빌려야 하는데, 정작 미국의 정책 방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조선소 규모 축소, 해군 함정 건조 계획 지연, 천문학적인 비용 상승이라는 삼중고를 겪으며 상선 건조는 물론 해군 함대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2026년 국방 예산 474억 달러를 전투함 19척 건조에 배정했지만 대부분 조건부일 만큼 사업 추진이 순탄치 않다. 반면 중국은 국영 조선소들을 통합해 거대 기업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을 세우고, 군함과 상선을 빠른 속도로 쏟아내며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 한·일 '준비 완료'…구체적 지원책까지 제시
덕워스 의원과 김 의원은 순방 기간 한국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경영진을 만났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 중공업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등 재계 지도자들과 만났다. 회담에서는 군수지원함, 함대 준비태세, 해상수송 능력 협력을 비롯해 기술·에너지·통상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협력 방안을 비중 있게 논의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재무장관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이름으로 1500억 달러 규모의 종합 지원책을 제안하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지원책은 △미국 안 신규 조선소 건설 지원 △미국 조선 인력 훈련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서비스 제공 같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호주와 군함 11척 건조 계약을 맺는 등 동맹국과 방산 협력을 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 소통 창구 없고 비자도 막혀…'협력 헛바퀴'
하지만 양국 정부와 업계의 뜨거운 협력 의지와 달리 실제 나아간 것은 거의 없다. 덕워스 의원은 "우리가 만난 조선업체든 정부 관리든 주된 요청은 '대체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협력 논의가 미군, 민간 기업, 정부 기관 등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어 책임지고 일을 추진할 창구가 없다는 뜻이다. 덕워스 의원은 이 문제를 풀려면 미국 안에 조선업 협력을 이끌 '총괄 조직(컨트롤 타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의원은 미국 의회 역시 정당을 넘어 동맹과 조선업 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기술자 파견을 막는 비자 문제 △조선소마다 다른 작업 능력 △미국의 명확한 협력 추진 계획 부재 같은 실무 걸림돌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 사안은 단순한 군함 건조 문제를 넘어 미국의 산업 기반 회복, 동맹국 역량 활용, 중국 견제라는 세 축이 얽힌 복합 전략 과제가 됐다. 미국이 책임자를 빨리 정하고 동맹국에 명확한 과제와 방향을 내놓아야만 한국과 일본의 협력 의지를 실제 성과로 바꿀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