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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소 공동창업자, 크롤 상대로 '기업가치 1억 달러 저평가' 소송

크롤, '초과 현금' 방식 적용해 기업가치 축소 논란
IPO 앞둔 LG 애즈, LG전자와 창업자 갈등 재점화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의 가치평가 조작 의혹을 둘러싼 LG 애즈와 크롤의 법적 분쟁. 사진=PPC랜드이미지 확대보기
커넥티드 TV 광고 시장의 가치평가 조작 의혹을 둘러싼 LG 애즈와 크롤의 법적 분쟁. 사진=PPC랜드
스마트 TV 광고 기술 기업 알폰소(Alphonso)의 공동창업자가 미국의 재무 자문사 크롤(Krol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PPC랜드가 3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롤이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표준 방식을 변경해 알폰소의 지분 가치를 약 1억 달러(약 1391억 원) 낮게 산정했으며, 이로 인해 LG전자가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2020년 LG전자의 알폰소 인수 이후 이어져 온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앞둔 LG 애즈(LG Ads, 구 알폰소)의 가치 평가 투명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 '총 현금'에서 '초과 현금'으로…평가 기준 논란

뉴욕 맨해튼 대법원에 지난 7월 15일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공동창업자 람프로스 칼람푸카스(Lampros Kalampoukas)는 크롤이 전문가로서의 의무를 위반하고 평가 방식을 임의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크롤은 2024년 11월 1차 공개매수 평가에서 통상적인 산식인 '지분가치=기업가치-순부채+현금성 자산' 공식을 적용했다. 그러나 2025년 6월 18일 진행된 2차 평가에서는 사전 설명이나 합리적 근거 없이 '지분가치=기업가치-순부채+초과 현금'이라는 새로운 공식을 사용했다.

여기서 '초과 현금(Excess Cash)'은 총 현금에서 유동부채를 차감한 값으로, 크롤은 알폰소가 약 1억 달러(약 1391억 원)의 운전자본 적자(working capital deficit) 상태에 있다는 전제를 반영했다. 칼람푸카스 측은 "알폰소는 업계에서 재무 건전성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로, 운전자본 적자 가정은 비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방법론 변경으로 알폰소의 지분 가치는 약 1억 달러(약 1391억 원) 축소됐다. 원고 측은 다른 평가사들이 두 차례 모두 총 현금 기준을 유지했음을 강조하며, 크롤이 동일한 기준을 썼다면 최종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10달러 이상 더 높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델라웨어 소송 승소에도 이어진 갈등
알폰소와 LG전자의 갈등은 2020년 12월 LG가 경영권을 인수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공동창업자 칼람푸카스, 라구 코디게(Raghu Kodige), 애시시 코디아(Ashish Chordia) 등 창업자 측은 2023년 델라웨어 법원에 두 차례 소송을 제기해 모두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LG가 창업자 측 이사들을 이사회에서 배제한 행위가 '악의적'이었다고 판단하며, 창업자 측의 이사직을 복원하고 IPO 권리를 인정했다. 또한 LG가 소수 주주 지분을 희석하거나 IPO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금지 명령을 내렸다.

2023년 소송 자료에 따르면, 알폰소는 인수 이후 사명을 LG 애즈로 변경하고 2022년 매출 2억 7000만 달러(약 3757억 원),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 3917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주주 계약에 따라 LG전자는 각 공개매수 시점의 공정시장가치를 기준으로 주당 가격을 지급해야 했다.

◇ 평가보고서 신뢰성 논란

소장에 따르면, 크롤의 평가 보고서는 미국공인회계사협회(AICPA)의 '평가서비스기준 1호(SSVS No.1)'를 위반했다. AICPA 기준에 따르면 평가보고서는 적용된 접근법과 방법론, 조정 사항 등을 명확히 설명해야 하지만, 크롤은 82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초과 현금'의 정의를 단 한 줄 각주로만 언급했을 뿐 변경 이유나 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한 보고서 결론부에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을 더했다"는 문구를 남겼으나, 실제 계산 과정에서 초과 현금을 반영했다는 설명은 없었다.
칼람푸카스 측은 보고서 발간 직후 크롤에 방법론 변경 이유를 질의했으나, 크롤이 명확한 설명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 IPO 추진과 업계 파장

LG 애즈는 평가 논란에도 IPO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당초 2025년 2분기 말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LG전자의 일부 이견으로 일정이 다소 늦어졌다. 최근에는 RBC 캐피털 마켓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할 투자설명서(S-1) 준비에 착수했다.

칼람푸카스는 이번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과 법정 허용 한도의 선이자(pre-judgment interest), 소송 비용을 포함한 제반 비용을 청구했다. 아울러 법원에 2025년 6월 18일 자 크롤의 가치평가 보고서가 공정시장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확인 판결을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빠르게 성장하는 커넥티드 TV(CTV) 광고 시장과 기업가치 평가의 투명성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CTV 광고 시장에서 기업 인수합병과 IPO 과정에서의 평가 방식이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G 애즈는 최근 바이언트(Viant), 이노비드(Innovid) 등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시장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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