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칩 중국 수출 허용에 내부 경고 확산
국가안보와 경제 이익 크게 흔들릴 우려
국가안보와 경제 이익 크게 흔들릴 우려

전 국가안보회의(NSC) 기술 및 국가안보 담당 부국장 크리스 맥과이어와 아메리칸 컴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오렌 카스가 지난 2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미국은 고성능 AI 칩 수출 제한을 통해 AI 연산 능력에서 중국에 최대한 차별적 우위를 유지해왔다. 2022년 10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AI 칩 수출을 금지한 이후 미국의 AI 컴퓨팅 점유율은 51%에서 74%로 올랐고, 중국은 33%에서 14%로 떨어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AI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Nvidia)의 이익과 중국 시장 진출 요구를 반영해 금지했던 H20 칩 같은 AI 칩 제한을 완화했다. AI 칩 업체들은 우회적으로 고성능 칩을 수정해 중국에 공급했으며, 올해 초 트럼프 정부는 다시 제한을 강화했다가 며칠 만에 이를 뒤집고 AI 칩 중국 수출 매출의 15%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조건의 ‘페이 투 플레이’ 방식을 도입했다.
◇ AI 칩 하드웨어, 미국이 가진 전략 우위 포기 위기
이 정책 변화는 미국이 수년간 노력해 쌓아온 중국과 AI 칩 하드웨어 격차를 흔드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AI 칩은 높은 정밀도와 첨단 제조 장비가 필요해 미국은 중국이 핵심 제조 장비와 고성능 AI 칩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막아 10~15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유지해왔다. 2025년 중국의 AI 칩 생산량은 미국의 1~2% 수준에 불과하고, 중국 칩 성능은 미국산 동급 칩 대비 5배 낮다. 전문가들은 이 격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분석한다.
중국 정부도 AI 칩 부족을 ‘병목 현상’이라고 표현하며, 중국 주요 AI 기업이 미국 칩 부족으로 신모델 발표를 미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미국 수출 제한 정책이 효과를 보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환은 중국이 미승인 칩을 대량 구입해 고성능 AI 칩을 모방하는 결과를 낳아 미국 우위가 약해질 위험을 키운다.
◇ 단기 수익과 국가안보 충돌, 미국 AI 주도권에 타격
AI 칩 중국 수출 확대는 국내 AI 칩 연구소의 생산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며, 단지 컴퓨팅 파워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안보 전문가들은 이 거래가 미국 전략 우위를 무너뜨리는 ‘역사적 실수’라고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AI 발전으로 인해 S&P 500 기업 가치가 최대 7조 5000억 달러(약 1경 423조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이 AI 경쟁에서 앞서면 그 혜택이 극대화된다고 분석한다.
반면 미국 내 AI 칩 판매 옹호자들은 중국에 AI 칩을 공급함으로써 중국 내 자체 AI 칩 개발을 늦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기술을 넘기면서 글로벌 산업 주도권을 잃었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AI 칩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독점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더 강력하고 포괄적인 수출 제한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AI 경쟁에서 하드웨어 우위를 놓치면 전체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금지했던 AI 칩 수출 정책을 급히 번복해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 이익 모두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