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9000헥타르 소실, 작년 동기 17배…시민보호체계 첫 가동"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7일 갈리시아주 오렌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마도 유럽 시민보호체계 역사상 가장 큰 규모 배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는 "앞으로 어려운 날이 있다"며 "불행히도 날씨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까지 자원봉사 소방관 2명을 포함해 3명이 숨졌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최고기온이 44도까지 치솟았으며, 대부분 지역에서 최소 40도 이상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12일 전부터 시작한 이번 폭염으로 전국에 약 19건 고위험 화재가 일어났다.
◇ EU 시민보호체계 사상 최대 가동…올해만 16회 출동
유로뉴스에 따르면 스페인은 산불 때문에 처음으로 EU 시민보호체계를 가동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에 배치한 소방항공기 2대가 스페인으로 떠났다. 프랑스, 슬로바키아, 독일, 네덜란드 등이 지원에 나섰다.
2001년 만든 EU 시민보호체계는 회원국에 큰 재해가 일어났을 때 다른 나라들이 소방차, 구조대 등을 보내 도와주는 제도다. 이 체계는 올해 들어서만 이미 16회 출동했다. 이는 2024년 전체 산불 관련 출동 횟수와 같은 수준이다. 스페인 외에도 불가리아,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그리스, 포르투갈이 지원을 요청했다.
유럽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EU는 2025년 산불 철을 대비해 10개 회원국에 소방항공기 22대와 헬리콥터 4대를 배치했다. 또한, 14개국에서 약 650명 소방관을 프랑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고위험 지역에 미리 배치했다.
유럽 산불 정보 시스템(EFFIS) 자료에 따르면 스페인에서만 올해 현재까지 13만9000헥타르가 탔다. 이는 2024년 같은 시기보다 17배 많은 규모다. 이 중 절반가량이 이번 주 이틀 만에 불탔다.
인근 포르투갈에서는 약 4000명 소방관이 7개 주요 화재와 싸우고 있으며, 지난 15일 EU 시민보호체계에 지원을 요청했다. 포르투갈에서는 빌라 프랑카 두 데앙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돼 첫 사망자가 나왔다.
◇ 기후변화가 부채질한 극한기상 현상
영국 국립대기과학센터와 레딩대학교 기상학과 악샤이 데오라스 연구과학자는 "폭염이 토양과 나무들을 바짝 말려서 작은 불씨만 떨어져도 큰 불이 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후변화 때문에 폭염이 더욱 강렬해지고 잦아지고 있으며, 이는 기후변화가 산불을 직접 부채질하고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산체스 총리는 "지금 이 정도 규모 화재가 일어난 것은 세계를 황폐화시키는 기후 비상사태가 빨라지고 있으며, 특히 이베리아 반도 같은 곳에서 더욱 심각해지고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FT가 유럽 산불 감시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유럽 전체 누적 소실 면적이 2006-2024년 평균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키프로스는 과거 최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극적 증가를 보였고, 터키와 포르투갈도 여름철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EU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유럽은 1980년대 이후 세계 평균보다 2배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남유럽에서는 그리스, 튀르키예, 프랑스, 슬로바키아, 발칸 반도 나라들이 되풀이되는 폭염과 함께 화재와 계속 싸우고 있다.
현재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에서 일어난 화재는 카스티야 레온주 방향으로 번지고 있으며, 현지 당국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설명했다. 갈리시아주에서는 여러 고속도로와 마드리드행 고속철도 노선이 끊어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