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금괴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통보를 내리면서 글로벌 금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관세 부과 계획이 없다고 밝히면서 시장은 진정세를 보였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스위스 정련소에 전달된 ‘관세 부과’ 서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CBP는 지난달 31일 스위스의 한 금 정련업체에 금괴 수입 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 내용은 9일 공개되면서 뉴욕 금 선물 가격이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트럼프 행정부가 “금 수입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가격은 급락했다.
전직 귀금속 트레이더이자 JP모건체이스 매니징디렉터를 지낸 로버트 고틀리브는 “정부가 단순히 물리적 형식만 보고 이 제품이 ‘금’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결정이 시장 구조와 자산 특성을 무시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 1조1000억 달러 규모 금괴 이동 차질 우려
글로벌 금 시장은 런던·뉴욕 선물시장, 상하이 선물거래소, 그리고 대규모 장외거래(OTC) 시장을 포함한 복잡한 유통 네트워크 위에 성립돼 있다. 뭄바이·두바이·홍콩 같은 주요 소비지 역시 이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런던과 뉴욕 보관소에만 1조1000억 달러(약 1509조 원) 상당의 금괴가 저장돼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량을 JP모건·HSBC 등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이 보관한다.
스위스 정련소는 런던과 뉴욕 간 금 이동의 핵심 거점으로 이번 관세 논란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행 금 수송이 사실상 마비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아시아 일부 정련소는 이날 미국향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 금, ‘상품’ 아닌 ‘금융자산’
금괴는 전통적으로 실물 상품보다 금융자산의 성격이 강하게 인식돼 왔다.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금 가격뿐 아니라 유통·거래 구조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해프닝이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이 금융·원자재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금 거래 관계자들은 “금은 전 세계에서 동일한 가치로 거래되는 대표적인 금융자산”이라며 “이를 단순한 ‘상품’으로 취급하면 시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