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다수의 미국 중소기업들이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CNN 보도를 인용해 최근 5년간 미국 텍사스에서만 1억1000만 달러(약 1530억 원) 규모의 유치권 청구가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됐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대금 미지급에 하청업체 파산…“한 푼도 못 받아”
보도에 따르면 일례로 파이프 용접업체를 운영하는 제니퍼 마이스너는 지난 2022년 테슬라의 기가팩토리 텍사스 공사에 참여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테슬라가 대금 지급을 미루면서 직원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했고 결국 파산 신청에 이르렀다.
마이스너는 CNN과 인터뷰에서 “회사를 설립한 이후 7년간 한 번도 급여를 밀린 적이 없었지만 테슬라와 계약한 뒤에는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뒤늦게 하청업체에게 지급된 65만 달러(약 9억5000만 원)에 대해 “과다청구”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시스템 설치업체인 풀서클테크놀로지스도 테슬라로부터 60만 달러(약 8억4000만 원)를 받지 못해 고금리 단기 대출로 버티다 결국 파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테슬라는 오히려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해당 업체에 반소를 제기했고 양측은 끝내 테슬라가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 선에서 합의했다. 풀서클의 아비셱 샤르마 최고경영자(CEO)는 “대금 지급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테슬라는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 “돈을 받을 때까지는 무조건 버텨라”는 머스크식 경영
유류 공급업체인 선코스트리소스도 테슬라에 연료를 납품했으나 수백만달러의 미지급 사태에 직면했다. 테슬라는 품질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음에도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대금을 미뤘으며 이는 언론 보도 이후 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렉트렉은 “이같은 방식은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머스크가 운영하는 다른 회사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현 X)와의 거래에서도 대금을 받지 못해 파산한 업체가 최소 7곳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한 외주업체 대표는 CNN과 익명 인터뷰에서 “테슬라와 거래하는 기업 대부분은 돈을 받기 위해 신용 한도를 늘려야 했고 일부는 망했다”며 “테슬라는 아예 상대가 파산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회사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머스크의 팬”이라고 말해 논란을 더했다.
테슬라 측 변호인 역시 “테슬라가 법률 자문료까지 늦게 지급한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 머스크 “세상을 구하기 위해”…현지 여론은 “억지 변명”
테슬라는 현재 약 130억 달러(약 18조 원)에 달하는 지급 예정 채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내 하청업체들 사이에서는 “테슬라와 거래하면 언제 돈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