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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빠진 '제조업 늪'…‘만들어도 만들어도 돈 안 돼’

"과잉생산 심각한데도 올해 7.5% 더 투자…"생존을 위한 매일의 싸움""
하위도시 GDP 대비 투자비율 58% 달해, OECD 평균 22%의 2.6배 수준
중국 제조업 과잉생산에 국내 경제 과열경쟁과 이익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아이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제조업 과잉생산에 국내 경제 과열경쟁과 이익 없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아이뉴스
중국이 부동산 침체 이후 경제성장 동력으로 제조업 투자에 지나치게 기댄 탓에 과잉생산능력 문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9(현지시각) 중국 지방정부들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를 이루려고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생산력' 분야 제조업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업 투자는 지난해 9.5%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7.5% 성장할 전망이다.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 응용경제학과 옌세 조교수는 최근 세미나에서 "전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몫이 지금 약 27%에서 앞으로 5년 뒤 40%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오랜 물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너무 많이 만들어놓은 제품들과 중국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 탓에 물건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사들이 돈을 벌기 어려워지고 은행도 돈을 빌려주기 꺼려해 새로운 사업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 지방정부 투자 경쟁 심해져 과잉생산능력 더 커져


컨퍼런스 보드 중국센터의 위한 장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중국 40개 도시를 살펴본 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하위 대도시들의 GDP 대비 투자비율은 작년 평균 58%에 달했다. 이는 이미 높은 중국 전국 평균 4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2%2.6배에 해당한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상당한 과잉 생산능력에도 지방정부는 부동산 시장 약세에 맞서려고 산업 및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있다""잘못 쓰인 투자와 겹치는 생산능력이 효율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인근 제조도시 탕산의 새 산업단지는 이런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 최고 하이테크 기업을 끌어들이려는 목표로 지은 이 단지에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2곳과 탄약 케이스 제조업체, 전자 통행료 징수 장비 회사만 들어와 대부분 공간이 비어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최근 과잉투자 문제에 걱정을 나타냈다. 관영 언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도시 개발에 관한 공산당 고위급 회의에서 "인공지능, 컴퓨팅 파워, 신에너지 자동차 부문에서 전국의 모든 지방이 이런 산업을 키워야 하나?"라고 말해 너무 많은 지역이 똑같은 사업에 뛰어들어 서로 발목을 잡는 문제를 꾸짖었다.

◇ 기업들, "살아남으려는 매일의 싸움" 호소

제조업 현장에서는 과잉공급과 가격 하락 탓에 수익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광둥성 둥관에서 장난감 공장 4곳을 운영하는 자오펀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지나친 경쟁 탓에 상품 판매가격이 약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제 돈을 버는 것은 그저 운이 좋은 일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공장이 때때로 인력을 유지하려고 수익이 없는 주문도 받는다고 덧붙였다.

자오 대표는 또 지적재산권 도용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시장은 복제에 너무 뛰어나다""중국에서 지적재산권 제품 복제를 막고 통제하는 것이 엄격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엑스포 신소재의 리콩준 영업 관리자는 이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 공급망 박람회에서 "전통 플라스틱 제품이 상당한 가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정책 지원이 필요하지만, 실제 지원은 그리 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국 항공우주 회사인 에이빅(Avic) 계열사인 장시진항항공단조주조의 한 관리자는 "우리 회사가 자동차 분야로 사업을 넓히려 했지만, 이 산업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고 참가자가 점점 늘어나며 수익이 거의 없어서 이 부문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HSBC의 프레데릭 노이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다행이지만, 당장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사람들이 더 많이 사게 만들고 공장에서는 덜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 정부도 대응책 내놓기 시작


중국은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 탓인 과잉투자로 무의미한 경쟁을 겪었다. 지난번에는 중국이 철강, 시멘트 등 부문의 생산능력을 없애거나 합치는 '공급 측면 개혁'에 나섰다.

그때를 본받아 정부는 일부 산업에 다시 개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경쟁 규제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달 인터넷 쇼핑 플랫폼 일러미(Ele.me), 메이투안, JD닷컴에 "합리적으로" 경쟁에 참여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는 두 달 만에 두 번째 경고였다.

태양광과 자동차 산업에도 비슷한 정부 지침이 나왔으며 산업정보기술부는 철강, 비철금속, 석유화학, 건축 자재를 포함한 10개 핵심 산업의 성장을 안정시키는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에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과 강력한 국가개발개혁위원회가 더 나아가 기업이 원가 밑으로 파는 것을 막고 부적절한 가격 책정 관행에 데이터와 기술을 쓰는 것을 막는 국가 가격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베이징대학교 광화경영대학원의 탕야오 부교수는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위해 특히 지방 차원에서 보조금과 세금 환급을 없애려 한다""보조금이 제한되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자들은 정부가 국영 기업으로 가득 찬 부문에 집중할 때 과잉생산력을 줄이는 것이 더 쉬웠다고 말한다. 탕 교수는 "이제 우리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등을 포함한 매우 앞선 투자에 대한 공급 과잉 압력을 받고 있다""이번에는 이들 회사 대부분이 민간기업이어서 시장 방식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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