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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월가, '투기 열풍·고평가' 등 시장 과열 5대 징후 지목

수익성 무관 '묻지마 투자' 재현…2021년 밈 주식 열풍 연상
시장 폭 확대에도 주식 위험 보상 '0' 근접…고용 둔화는 '뇌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수익성과 무관한 '묻지마 투자'가 재현되고 주식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는 등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연상시키는 시장 과열 징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최근 수익성과 무관한 '묻지마 투자'가 재현되고 주식 투자 위험에 대한 보상이 사라지는 등 2021년 밈 주식 열풍을 연상시키는 시장 과열 징후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주식 시장에 비이성적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각) 견조한 성장세에도 일부 투기성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고 고평가 상태가 이어지면서, 시장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장 움직임은 비상식적이다. 미국 주택 시장 침체에도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Opendoor Technologies)의 주가는 불과 한 달 만에 377%나 치솟았다. 경쟁사에 밀려 수년간 고전하며 최고경영자를 여러 번 바꾼 백화점 체인 콜스(Kohl's)가 하루 만에 최대 주가 상승 종목 중 하나로 등극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고프로(GoPro)와 크리스피크림(Krispy Kreme) 등 예상 밖의 종목들 역시 주간 단위로 눈부신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 4월 관세 부과로 인한 혼란이 진정된 뒤 나타난 '희열에 가까운 반등'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이 조정을 거쳐 반등하자, 밈 주식, 암호화폐, 적자 상태의 소규모 기업 등 고위험 자산으로 투기성 자금이 무섭게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 가치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다 결국 붕괴하는 '거품'의 전형적인 모습과 닮았다.

야데니 리서치(Yardeni Research) 에드 야데니 대표는 "지난 1~2월의 과도한 주가 수준이 시장 조정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왔다"고 진단하며 "서서히 진행되는 멜트업(melt-up·자산 가격 급등) 장세와 같다"고 평가했다.

◇ 펀더멘털과 괴리된 투기 광풍


'인생은 한 번뿐(YOLO)'이라는 구호 아래 위험을 감수하는 투기적 베팅이 시장에 복귀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장기 하락 추세에 있던 기업들의 주식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2021년, 파산 직전의 소매업체 게임스톱(GameStop)의 시가총액을 240억 달러(약 33조768억 원)까지 밀어 올렸던 밈 주식 열풍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당시 광풍은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막을 내렸다.

현재 시장에서는 기업의 기초 체력과 무관한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오픈도어 주가는 이달 초 1달러 미만이었으나 현재 2.54달러(금요일 종가 기준)에 거래되고, 콜스의 주가 상승은 수년간 시장이 기대해 온 부동산 자산 매각 가능성이라는 재료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럼에도 콜스의 주가는 2022년 초와 비교해 70% 이상 폭락했다.

기업의 수익성은 더는 주가 상승의 장애물이 아니다. 1분기 순손실을 기록한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Avis)와 기술 기업 에이바 테크놀로지스(Aeva Technologies)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베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 분석을 보면, 4월 시장 저점 이후 주가가 3배 이상 뛴 러셀 3000 지수 편입 33개 종목 중 지난 1년간 흑자를 기록한 기업은 단 6곳뿐이었다. 대표적인 투기성 기술주를 다수 편입한 ARK 이노베이션 ETF는 연초 대비 36% 넘게 급등했다.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Ritholtz Wealth Management) 캘리 콕스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기적 거래의 증가 자체는 비정상적이지 않다"면서도 "진정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전반에 균열이 나타나는데도 투기 열풍이 식지 않을 때"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친화 정책과 주류 금융권의 수용이 확대된 덕에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가격 역시 최근 몇 주간 폭등했다. 여기에 새로운 유형의 매수 주체가 등장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바로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매입해 자사 주식을 사실상 암호화폐에 대한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 효과) 투자 상품으로 바꾸는 상장 기업들이다.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 재무 전략'의 하나로 약 20억 달러(약 2조7568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과 관련 증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비평가들은 이런 관행이 암호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증폭시켜 하락장에서 매도세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현재 약 60여 기업이 비슷한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추산한다.

◇ 견조한 경제 속 '고용'이라는 그림자


주요 대형 기술주 외에도 랠리가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기술 대기업을 넘어 금융, 산업, 통신 등 시장 전반으로 확산한 점은 긍정 신호다.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지난 한 달간 7% 넘게 올랐고, GE 버노바와 트레이드 데스크 주가는 같은 기간 20% 넘게 함께 올랐다. S&P 500 지수 안에서 50일 이동평균선을 웃도는 종목의 비중 역시 지난해 가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강한 상승장이 이어질 때 나타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부담스러운 주가 수준이라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S&P 500의 예상 수익률과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의 차이를 나타내는 '주식 위험 프리미엄(equity risk premium)'은 현재 0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로, 뚜렷한 경계 신호로 읽힌다.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우려에도 미국 경제는 지금까지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 가지 약점도 드러내고 있다. 관세가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며 6월 인플레이션이 소폭 올랐고, 일부 경기 선행 지표는 하반기 성장 둔화를 예고했다.

경제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고용 시장의 급격한 둔화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위험 신호는 뚜렷하다. 민간 부문 신규 고용은 8개월 만에 최저치로 줄었고, 채용 시장은 얼어붙어 대학 졸업생들조차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만약 고용 시장이 급격히 약해지면 소비가 위축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콕스 전략가는 "고용 시장이 명백히 약화하는 시점에서 시장이 이토록 낙관적인 것은 흥미롭다"고 논평하며 "고용 시장은 한번 둔화하기 시작하면 쉽게 방향을 되돌리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현재 미국 증시는 투기성 거래 급증과 고평가라는 명백한 거품 신호와, 아직 꺾이지 않은 경제 기초 체력이 공존하는 복합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시장의 과도한 낙관론이 고용 둔화 같은 실물 경제의 위험 신호와 맞물릴 경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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