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라인메탈 폭발 성장…‘방위산업 주도권’ 이제는 유럽이 쥔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위즈덤트리(WisdomTree)’가 발표한 보고서와 6월 말 기준 방위산업·금융 통계 자료를 보면, 유럽은 방산에 단순 투자를 넘어, 실제 주문과 생산, 기업 실적까지 확연히 성장세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이로써 오랫동안 미국에 의존했던 안보 구도가 ‘유럽 주도’ 쪽으로 빠르게 옮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나토는 지난 6월 공식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의 5%를 국방과 방위산업, 사이버 보안 강화, 군사 생산라인 현대화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방위비 투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유럽은 미국에 의존했던 기존 안보 구조에서 벗어나 자국 방산 기반을 키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 방산비 투자 ‘역대급’…사브·라인메탈 등 실적 고공행진
사브(Saab·스웨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1% 늘어난 157억9200만 크로나(약 2조2800억 원)라고 4월 공식 자료에서 밝혔다. 순이익은 12억7700만 크로나(약 184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뛰었다. 1분기 신규 수주는 191억4400만 크로나(약 2조7700억 원)로, 전년보다 4% 늘었다. 사브 측은 “나토 연계 시장을 비롯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메탈(Rheinmetall·독일)은 2025년 상반기 현재 수주잔고가 630억 유로(약 102조22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라고 최근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23억 유로(약 3조7300억 원), 영업이익률 8.7%를 기록했다. 나토 회원국과는 155㎜ 포탄, 군수품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라인메탈 측은 “생산량을 2027년까지 연간 110만 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BAE시스템즈(BAE Systems·영국)는 지난해 말 기준 778억 파운드(약 145조5200억 원) 수주잔고를 기록했다. 올해 제시한 매출 목표는 305억~310억 파운드(약 57조~57조9800억 원) 영업이익 목표는 32억~33억 파운드(약 5조9800억~6조1700억 원)이다. 잠수함, 타이푼/ F-35 전투기 생산 등 장기 사업이 회사 성장세를 뒷받치고 있다. 올 1분기 신규 수주도 27억 달러(약 3조7400억 원)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업체 레오나르도(Leonardo)는 1분기 전체 신규 주문이 69억 유로(약 11조1900억 원), 매출이 42억 유로(약 6조8100억 원)로 각각 늘었다. 레오나르도 DRS 사업 부문만 매출 7억99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 신규 주문 10억 달러(약 1조3800억 원)로 집계됐다.
최근 업계에서는, “NATO 회원국이 내놓은 큰 예산과 각국의 군사력 강화가 실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 방산 ETF도 ‘급성장’…현지 투자수익·성장률 ‘톱’
방산주 투자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지난 3월 출범한 ‘위즈덤트리 유럽방위ETF’는 출시 넉 달 만에 운용규모 30억 달러(약 4조1600억 원)를 넘어섰다. 이 펀드는 유럽 상장기업 중 방위산업 비중이 10% 넘는 곳만 골라 담으며, 방산매출이 50%가 넘는 기업에는 최대 12.5% 비중을 준다.
이 펀드 집계에 따르면, 유럽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비중이 평균 60%로 동종 벤치마크(MSCI)보다 월등히 높다. 6월 기준 위즈덤트리 지수 소속 기업의 주가수익비율은 29.7~33.0, 이익 성장률은 19.9~21.0%이고, PEG(주가이익성장비율)도 1.4~1.6을 기록했다. MSCI 유럽지수(주가수익비율 15.1, 이익성장률 8.8%, PEG 1.7~2.2)보다 앞선다.
시장에서는 “위즈덤트리 펀드의 성장세는 유럽 정부의 실제 국방비 집행이 방산주 실적에 얼마나 빨리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많다.
◇ 10년 대장정 시작…“유럽이 방산산업 새 주도권 잡는다”
‘위즈덤트리’ 보고서는 “이번 변화를 단기 정책이 아니라, 유럽 방산 업체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긴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나토의 방위비 확대와 정책 전환이 실제 자본 투입으로 이어진 만큼, 앞으로 10년 이상 유럽 방산시장과 기업 성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