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L서 장비만 구매해 정치 리스크 회피…실험적 건식코팅 대신 검증된 습식 채택
연 10GWh로 우선 ESS 시장 공략…미국 내 LFP 생태계 확산 기폭제 될 듯
연 10GWh로 우선 ESS 시장 공략…미국 내 LFP 생태계 확산 기폭제 될 듯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배터리 테크 온라인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주말 기가팩토리 네바다 인근의 신규 LFP 배터리 제조 시설 내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공장은 수년간 중국 시장을 지배해 온 LFP 기술로 테슬라가 본격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 주도 기술을 미국 안에서 대규모로 생산하는 첫 사례 중 하나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LFP 배터리는 기존 니켈-망간-코발트(NMC) 배터리와 달리 에너지 밀도는 다소 낮으나, 저렴한 비용과 높은 안전성, 긴 수명을 장점으로 내세워 최근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 포드와 다른 길…'장비만 구매'로 정치 논란 피해
특히 테슬라는 세계 최대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의 협력 방식을 두고 경쟁사인 포드와 다른 길을 택했다. 포드가 미시간 공장을 위해 CATL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과 달리, 테슬라는 CATL에서 직접 제조 장비를 구매했다. 이러한 장비 직접 구매 방식은 CATL의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생산 주도권을 지키고, 포드가 겪었던 정치적 논란까지 피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 신기술 대신 '검증된 습식 코팅'…실용주의 노선 택했다
기술 면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습식 코팅' 공정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네바다 공장의 전극 제조에 이 방식을 적용했다. 습식 코팅은 LFP 양산의 표준 공정이자 CATL의 주력 제조 방식으로, 각기둥(프리즈매틱) 셀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 생산에 알맞다.
이러한 선택은 테슬라가 텍사스에서 4680 차세대 배터리를 위해 개발 중인 실험 단계의 '건식 코팅' 기술과는 대조적이다. 신기술이 완성되기를 기다리기보다 검증된 기술로 먼저 시장 수요에 대응하려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셈이다.
네바다 공장은 해마다 약 10GWh 규모로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초기 생산 물량은 전기차보다는 '파워월'이나 '메가팩' 같은 고정형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우선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LFP 공장에서 긴 수명을 장점으로 ESS 시장을 공략하는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테슬라의 네바다 LFP 공장은 검증된 기술로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고 ESS 시장을 선점하려는 실용 전략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공장은 앞으로 미국 내 공급망 현지화와 LFP 기술의 본격 확산을 이끄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