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80년 달러 독주 끝나나'...세계 5대 중앙은행 총재 긴급 회동

트럼프 압박에 연준 독립성 위기...달러화 4년 만에 최저치 추락
깊은 바다로 침몰할 위기에 놓인 달러의 지위를 상징하는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확대보기
깊은 바다로 침몰할 위기에 놓인 달러의 지위를 상징하는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디자이너 생성
세계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는 중대한 회의가 열렸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영국은행, 한국은행 등 세계 주요 5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회동했다. 이들은 80년간 세계 금융을 지배해온 달러 중심 통화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기존 국제 통화질서에 미치는 영향과 각국 대응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연준 독립성 위협과 달러화 약세 현상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두고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글로벌 무역 긴장과 중동 전쟁이 인플레이션과 성장 전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주요 논의 주제였다.

◇ 연준 독립성 위협에 달러 지위 흔들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로 부상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금리 인하 압박을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이전에 후임자를 지명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연준 독립성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베스텍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트럼프의 바람을 수용하는 데 더 개방적인 후계자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연준 독립성을 손상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우려는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달러화는 최근 몇 달 동안 유로화 대비 거의 4년 만의 최저치인 1유로당 1.17달러까지 떨어졌다. 백악관이 연준 독립성을 위협한다는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거래·저축·투자를 위한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가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유로화 부상 기회 vs 각국 중앙은행 딜레마


달러화 약세는 유로화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단일 통화를 안정의 보루로 홍보하며 "유로의 순간"을 활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공무원회의(OMFIF)가 조사한 75개 중앙은행 중 16%가 앞으로 12개월에서 24개월 동안 유로화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BNP파리바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자벨 마테오스 이 라고는 "나는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오랫동안 그랬던 것보다 더 낙관하지만, 성공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이 달러 지위에 도전하기 전에 더 큰 금융·경제·군사 통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편 각국 중앙은행은 저마다 복잡한 과제에 맞닥뜨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일부 내부 불만과 지속되는 식품 가격 상승 압력에도 미국 관세의 예상되는 영향 때문에 금리 인상을 더욱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중국산 저가 상품 유입을 우려해온 한국은행은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쳐왔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갑작스레 과열되면서 이제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영국은행도 정책입안자 9명 중 3명이 금리 인하에 찬성표를 던지며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시장 둔화 조짐이 빠른 임금 상승으로 인한 여전히 강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지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KBRA 유럽 거시 전략가 고든 커는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위원들 간 의견 대립이 심해지고 있고, 경제 상황이 급변할 수 있는 만큼 모든 사람이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BNP파리바 마테오스 이 라고는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우리가 어떤 세상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그들은 아마도 우리가 곧 어떤 답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통화정책을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27일 증시가 사상 최고치로 장을 마감한 뒤 한 주 초에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회의 결과는 앞으로 세계 경제 질서 변화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 정책 기조와 각국 중앙은행 대응이 기존 달러 중심 체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