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 간 무역협정을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영국산 자동차와 항공부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대폭 인하되며, 특히 영국 자동차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이 빠르게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함께 미·영 무역협정을 공식 발표하고 관련 내용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방금 서명했고, 끝났다”며 협정이 공식적으로 발효됐다고 밝혔다.
이 협정에 따라 영국산 자동차 10만대에 대해 미국이 부과하던 27.5%의 관세는 10%로 낮아진다. 또 영국의 항공기 엔진 및 부품 수출품은 미국의 국가안보 조치와 무관하게 전면적인 관세 면제를 받게 된다.
FT는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개시한 항공산업 관련 국가안보 조사의 결과와 무관하게 영국산 항공부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무역협정은 양국 모두에게 매우 좋은 날이며 양국 관계의 힘을 보여주는 진정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를 통해 영국 자동차 산업과 항공우주 분야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협정은 영국이 중국을 핵심 공급망에서 배제하겠다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일부 미국의 국가안보 관련 관세에서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한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처음 공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무역협정의 대가로 자국산 쇠고기, 에탄올, 산업제품에 대한 영국 시장 접근성을 확대받았다. 특히 미국산 에탄올 14억리터에 대해 무관세 수입이 허용됐는데 이는 영국의 연간 수요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영국 바이오에탄올 업계는 “국내 생산자들을 파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협정은 궁극적으로 영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를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초 기존의 25% 철강 관세를 50%로 두 배 인상한 뒤 세계 각국에 이를 적용하고 있어 협정 이행에는 기술적·법적 쟁점이 남아 있다.
현재 영국은 예외적 유예를 받은 상태로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 철강이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선 ‘국산 용해 및 주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철강업계의 중국계 모기업인 징예그룹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징예가 영국 내 생산시설을 이용해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려 한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다만 영국 정부는 지난 4월 징예가 폐쇄하려 했던 스컨소프 제철소를 국유화해 이를 저지한 바 있다.
이날 발표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은 앞으로 미국의 관세로부터 매우 잘 보호받을 것”이라며 “왜냐하면 내가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느 이어 “스타머 총리는 아주 잘하고 있다. 6년간 논의만 있었던 협정을 마무리 지었고 아주 훌륭한 성과”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내에서는 이번 협정이 일부 산업에는 기회이지만 다른 산업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철강업계는 “협정 이행에 필요한 쿼터 설정 등이 이달 말까지는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