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20% 차지하지만, 중국 의존도 여전히 높아
의약품 API 70%, 전자부품 65% 중국산…점진적 디커플링 필요
의약품 API 70%, 전자부품 65% 중국산…점진적 디커플링 필요

인도노믹스 컨설팅의 리테시 쿠마르 싱 정책연구 책임자는 "인도는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디커플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에서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고 9일 밝혔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 2024/25 회계연도 총 수출 4374억 달러의 약 20%인 874억 달러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현재 협상 중인 인도·미국 무역협정을 통해 엄격한 소싱 제한을 부과해 인도의 중국 연결 차단을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도의 중국 의존도는 여전히 매우 높다. 중국은 인도 제네릭 의약품 회사가 사용하는 핵심 출발 물질(KSM)과 활성 제약 성분(API)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항생제의 경우 페니실린, 아지트로마이신, 세팔로스포린 등 필수 약물 API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며, 시프로플록사신과 노르플록사신 같은 발효 기반 항생제는 100% 중국산이다.
전자 부문에서도 중국은 휴대전화 부품, 반도체 칩, 디스플레이, 배터리를 포함한 인도 전자제품 수입의 65~70%를 차지한다. 전기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75~80%와 희토류 자석 수요의 90%도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태양광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수입 관세 인상과 정부 조달에서 현지 공급업체 우대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여전히 폴리실리콘, 잉곳, 웨이퍼의 주요 공급원이며 태양전지의 50~60%를 공급하고 있다.
싱 책임자는 "모디 정부의 현지화 노력이 여러 장애물로 인해 기껏해야 진행 중인 작업에 불과하다"며 "행정 기구의 재량권 보호, 높은 사업 비용, 루피 강세 등이 대체 제조 허브로서 인도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과도한 원자재 보호주의도 문제다. 합성 섬유 공급을 통제하는 국내 대기업 선호 정책으로 인해 의류 제조업체들은 중국에서 직물을 조달하거나 수출 판매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 산업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철강을 생산해 다운스트림 산업들이 중국산 수입품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진적 디커플링을 위한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도한 원자재 보호주의 종식, 규제 간소화를 통한 진정한 사업 용이성 확보, 시장이 결정하는 환율 정책 도입 등이 핵심이다.
또한, 현재 협상 중인 미국과의 무역협정에서 중국산 소싱에 대한 일시적 면제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약 부문의 경우 미국의 "WTO 플러스" 지적재산권 요구 완화와 제네릭 의약품 생산을 위한 중국 원자재 사용 유연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 책임자는 "원산지 규정 설계 시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 상승과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