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사, 1만6000개 컨테이너 실을 수 있는 배 30척 이상 주문
HD현대·중국 조선소에 수조 원대 발주 협상
HD현대·중국 조선소에 수조 원대 발주 협상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일본계 싱가포르 본사의 ONE은 컨테이너 1만6000개를 실을 수 있는 대형 선박 12척을 한국 HD현대와 약 26억 달러(약 3조5000억 원)에 짓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1만2000~1만3000개를 실을 수 있는 선박 12척과 1만6000개짜리 선박 8척 등 모두 20척을 여러 조선소와 함께 짓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새 배 주문이 30척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 새 배 주문, 1000만 개에 가까워...중국·한국 조선소가 나눠 맡아
알파라이너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컨테이너선 새 배 주문량이 1000만 개에 가까워지고, 해운사와 배 주인 모두 새 배 짓기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3월 기준으로 새로 짓고 있는 컨테이너선은 약 800척, 모두 910만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70%는 중국 조선소가, 30%는 한국 조선소가 맡고 있다.
하팍로이드는 지난해 중국 양쯔장조선과 1만6800개짜리 선박 12척, 뉴타임즈조선과 9200개짜리 선박 12척 등 모두 24척의 신조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에는 한화오션과 1만6000개급 6척에 대한 의향서를 맺었으나, 미국의 대중국 제재 완화와 한국 조선소의 높은 가격 부담 등으로 다시 중국 조선소와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조선소의 1만6000개급 선박 가격은 한 척에 약 1억9000만 달러(약 2600억 원), 한국 조선소는 약 2억2500만 달러(약 3100억 원)로 알려졌다.
◇ 미국 항만 요금 인상, 발주처 결정에 영향
미국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중국에서 만든 선박이나 중국이 소유·운영하는 선박에 대해 미국 항만 입항 시 컨테이너당 120달러(2028년 250달러까지 인상) 또는 순톤수 기준 톤당 18달러(2028년 33달러까지 인상)의 항만 이용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한 척당 연간 최대 5회까지 적용된다. 다만, 최근 미국의 정책이 일부 완화되면서 하팍로이드 등 선사들이 다시 중국 조선소와의 협상에 나서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하팍로이드가 미국의 대중국 제재 움직임과 조선소별 가격 차이, 선박 인도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발주처를 결정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배 크기 키우고, 친환경 배로 바꾼다
해운업계는 2만4000개짜리 초대형 배까지 시장에 내놓고 있고, 새로 짓는 배 대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도 쓸 수 있는 친환경 배로 만들고 있다. 하팍로이드도 새로 짓는 모든 배를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으로 발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해상 운임이 크게 오르고 해운사들이 벌어들인 돈이 많아지면서, 배 크기를 키우고 친환경 배로 바꾸는 흐름이 빨라졌다는 게 시장의 일반적인 평가다. 해운업계에서는 "운임 강세로 모은 돈을 바탕으로 선사들이 배 크기를 키우고 친환경 배로 바꾸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항만 요금 인상 방침이 실제로 시행되면, 해운사들의 새 배 주문 전략과 조선소 간 경쟁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