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임기 앞당겨 세계경제포럼 의장 맡나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인물의 자리가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세계경제포럼(WEF) 의장 자리를 맡기 위해 임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클라우스 슈밥 WEF 창립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라가르드 총재와 여러 해 동안 WEF 의장 자리 물려주기에 대해 이야기해왔다”고 밝혔다. 슈밥 전 의장은 “라가르드 총재가 2027년 초까지 WEF 의장을 맡을 준비가 될 때까지 내가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며 “최근까지도 리더 바꾸기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2019년부터 ECB 총재로 일하고 있으며, 임기는 2027년 10월까지다. 2008년부터 WEF 이사회 이사로도 활동해왔다. FT는 WEF와 라가르드 총재가 임기 끝나기 최소 10달 전 조기 사임에 대해 서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ECB의 중기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달성한 뒤 조기 사임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논의됐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사임 논의가 유럽중앙은행 후임 뽑기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CB 대변인은 “라가르드 총재는 임기 끝까지 맡은 일을 다하겠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밝혔지만,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슈밥 전 의장은 제네바 호숫가에 있는 WEF 소유 ‘빌라 문디’ 아파트를 라가르드 총재를 위해 미리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가르드 총재가 더 큰 책임을 맡을 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WEF 쪽은 “해당 아파트는 현재 직원과 회원사 관계자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밥 전 의장은 지난달 내부고발자의 문제 제기로 WEF 이사회에서 물러났다. 그는 “조직 안의 논란이 계속된다면 라가르드 총재의 의장 승계가 무산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WEF는 최근 피터 브라벡-레트마테 전 네슬레 대표를 임시 의장으로 뽑았으며, “최근 모임에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알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 전무이사와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냈다. FT는 “라가르드 총재가 ECB를 미리 떠나면 빔 뒤젠베르그에 이어 두 번째가 된다”고 전했다. ECB 총재는 유럽에서 정치 힘이 크게 작용하는 자리로 꼽힌다.

라가르드 총재의 지난해 연봉은 46만 6000유로(약 7억 2300만 원)로, WEF 의장을 맡으면 두 배 가까이 오를 수 있다. WEF는 지난해 4억 4000만 스위스프랑(약 7312억 9000만 원) 수익을 올렸다.
라가르드 총재는 2019년 취임 뒤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적 위기 속에서 ECB를 이끌었다. 최근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2.2%로 안정됐고, ECB는 명년에 목표치로 돌아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라가르드 총재의 조기 사임 논의가 유럽 금융 지도자 판도에 큰 변화를 예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논의는 WEF와 ECB, 세계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