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가 주택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률 상승으로 약화된 상황에서 미국의 고율 관세가 이어질 경우 최대 9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자신의 무역 정책이 중국의 일자리 500만개를 없앴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경제학자들은 실질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나틱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는 NYT에 “상황이 분명히 더 나쁘다”고 말했다.
나틱시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이 최소 30% 이상의 관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절반으로 줄고 이로 인해 최대 6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무역전쟁이 전면 재개될 경우 실직 규모는 9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설정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수준이지만 NYT는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인용해 실제 성장률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봤다. 특히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은 지난달 15.8%로 집계됐으며 1200만명의 새 대학 졸업자가 올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실업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이 수치가 21.3%로 정점을 찍자 중국 정부는 통계를 아예 중단했다가 지난해 새로운 산정 방식으로 재공표한 바 있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기존 고용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내 많은 기업이 정규직 고용 대신 배달이나 제조 등 비정규직 형태의 ‘긱 노동자’를 활용하면서 고용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33세 사무직 노동자 후씨는 NYT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미국산 건설장비에 중국이 1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이 막혔고 회사가 40% 매출 감소로 결국 나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혼 여성이면서 아직 아이가 없는 나 같은 사람은 회사가 육아휴직 부담을 우려해 더 꺼린다”며 “우리는 ‘늙고 비싸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했다.
이같은 실업 위기는 현장의 제조업체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광저우의 한 완구 공장은 미국과 중국이 이달 중순 관세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음에도 여전히 수출 물량이 창고에 쌓여 있고 인력 재고용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 관계자는 “사업 개발과 확장 계획을 모두 중단한 상태이며 생존 자체가 위태롭다”고 토로했다.
중국 노동문제 전문단체인 차이나레이버불레틴의 한둥팡 대표는 “중국에서 정리해고를 하려면 재직 기간 1년에 한 달치 월급을 보상해야 하기에 일부 공장은 아예 폐업하고 사장이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리튬 등 희귀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높고 중국산 제품 수입 차질은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자국 경제의 부담이 적지 않다. 영국의 중국 전문 연구기관 이노도이코노믹스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애나 초일레바는 NYT에 “노동시장 충격에 대해 중국 정부가 여론을 통제하기는 미국이 텅 빈 매장 선반에 대한 유권자 분노를 잠재우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중국 인적자원사회보장부 위자둥 부부장은 지난달 말 “수출업체들의 고용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했다”며 “실업자들의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