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유럽연합 내연차 금지 앞두고 전기차 대신 기존 엔진에 거액 투자

◇ 폭스바겐 "미래는 전기차지만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
폭스바겐 그룹의 아르노 안틀리츠 최고재무책임자 겸 최고운영책임자는 "회사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계속 만들기 위해 약 600억 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해졌다. 그는 "미래는 전기차지만 과거는 끝나지 않았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제조 금지 정책과 정면으로 맞서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폭스바겐의 '시간 벌기' 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복잡한 전기차 바꾸기 과정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와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천천히 바뀌어 나간다는 것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은 지난 50년 동안 전기차를 만들어온 경험이 있는데도, 요즘 급하게 밀어붙이는 전기차 바꾸기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전기차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이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수소차 부문에서는 기술 개발보다 기존 내연기관 기술 유지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폭스바겐은 수소차 개발에 뛰어든 다른 회사들과 달리 내연기관 경쟁력을 높이는 쪽을 택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브랜드들 전기차 계획 다시 생각
폭스바겐의 이번 결정은 독일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전략 바뀜을 보여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시장 상황이 허락하지 않으면 2030년까지 완전한 전기차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전기화 계획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대신 여러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부가티, 람보르기니, 벤틀리, 포드, 애스턴 마틴 등도 2035년 EU 규제에도 기존 내연기관 기술에 돈을 계속 쏟아붓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들 브랜드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회사들의 급성장에 맞서기 위한 차별화 작전을 찾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독일의 이런 전략이 기술 유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기차와 수소차 기술이 아직 완전히 익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내연기관 기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 바뀜에 맞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계 안팎에서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이번 결정이 EU의 강화된 기후 규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주목하고 있다. 탄소 배출 줄이기를 위한 전 세계 노력이 빨라지는 가운데, 내연기관 기술에 거액을 투자하는 것이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인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