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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 해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과제'"

9조 엔 흑자 상쇄 위해선 미국차 72배, 쌀 190배 수입 필요
트럼프, 관세 협상서 자동차·농산물 타깃...일본 정부 "과도한 양보는 경계해야"
한 남자가 도쿄의 한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선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한 남자가 도쿄의 한 항구에 있는 컨테이너선 근처를 걷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과제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9조 엔(620억 달러) 규모 무역 흑자를 문제 삼고 있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큰 장애물에 직면해 있다고 20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2024 회계연도에 미국에 21조6000억 엔의 상품을 수출하고 12조6000억 엔을 수입했다. 양국 간 관세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판매되는 미국산 자동차 수에 불만을 표명하고, 일부 각료들은 미국산 쌀 수출 확대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미국산 옥수수 수입 확대를 협상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역 흑자를 없애기 위해 일본은 이러한 상품 수입을 얼마나 늘려야 할까? 무역 데이터 분석 결과, 그 수치는 놀라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먼저 자동차의 경우, 미국 자동차의 평균 수입 가격은 933만 엔이다. 무역 흑자 9조 엔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약 96만5000대의 차량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일본은 2024 회계연도에 중고차를 포함해 약 1만3000대의 승용차만 미국에서 수입했으므로, 이 수치에 도달하려면 무려 72배 증가가 필요하다.
2024 회계연도 일본의 신규 승용차 판매량은 케이카를 포함해 총 386만 대였다. 100만 대를 미국산으로 대체한다면 일본에서 판매되는 차량 4대 중 1대가 미국산이 된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 내 신차 판매에서 미국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관세가 부과되지 않음에도 판매가 부진한데, 트럼프가 '비관세 장벽'이라고 비판하는 안전 기준을 개정한다 해도 수입을 72배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현재 34만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쌀만으로 무역 흑자를 상쇄하려면 현재 수준의 거의 190배에 달하는 약 6400만 톤의 미국 쌀을 수입해야 한다. 이는 일본의 연간 쌀 소비량(820만 톤)의 약 8배에 해당하며, 미국의 연간 쌀 생산량(700만 톤)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옥수수의 경우, 무역 흑자를 상쇄하기 위해 일본은 2억3000만 톤가량의 곡물을 수입해야 한다. 2024 회계연도에 일본은 1280만 톤을 수입했으므로, 18배 증가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60%, 미국 소비량의 70%에 해당하며, 일본인의 15년치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또 다른 대안은 수출 감소를 통한 무역 흑자 축소다. 만약 미국이 자동차와 철강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고 일본에 24%의 '호혜적' 관세를 부과한다면, 일본의 수출은 4조3000억 엔 감소할 것으로 노무라연구소(NRI)는 추정했다. 이 경우 무역 흑자가 대략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일본의 GDP는 약 0.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일본이 수입 증가와 수출 감소를 동시에 추진해 무역 흑자를 완전히 해소한다면, GDP는 1.4%까지 하락할 수 있다.

노무라연구소의 다카히데 키우치 수석 경제학자는 "일본이 수입을 늘려 무역 흑자를 한꺼번에 없애겠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큰 양보를 너무 쉽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분석은 미·일 무역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본은 어떤 대안적 접근법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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