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및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각) 런던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합의는 브렉시트를 되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의 고통스러운 갈등을 접고 양측이 사실상 '화해'에 나섰음을 보여준 '첫걸음'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번 합의는 양측 모두에 ‘윈-윈’"이라면서 "영국이 세계 무대로 돌아왔고,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영국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역사적이며 오늘 우리가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는 유럽에 있는 우리가 함께 뭉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이번 합의는 진전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무역과 이주 및 안보에 관한 새롭고 강화된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EU의 이번 합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된 가운데, 유럽 내 동맹 간 결속 강화가 시급하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U 및 영국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는 1500억 유로(약 235조 원) 규모의 EU 방위 예산에 영국 방산업체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안보 협정이 포함돼 있다.
또한 농·축·수산물 국경 통관 절차 간소화도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영국산 식품의 EU 수출 검역 절차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향후 12년간 자국 해역을 EU 어선에 추가 개방하기로 했으며, 양측은 젊은 층의 이동과 단기 취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도 시작할 방침이다.
WSJ은 이번 합의가 "경제와 안보 양측에서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동시에, 포스트 브렉시트 시대 유럽 내 재통합 움직임에 영국이 일정 부분 참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영국과 EU 지도부의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브렉시트 이후 남아 있는 무역 마찰 상당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영국은 EU의 관세동맹 밖에 머무르며, 양측 국민이 자유롭게 이주하거나 정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이번 합의가 정치적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를 이끈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 정부 출범 1년 만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보수층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