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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의 역설…트럼프가 자랑한 공장, 대만 기업이 주인공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소재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TSMC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TSMC의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소재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TSMC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 들어서는 반도체 공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 경제 전략의 상징이자 모순을 드러내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BBC는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에 건설 중인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공장’이라고 평가하며 이 공장이 미국과 중국, 대만 간 경제·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업체로 애플의 아이폰 칩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대부분의 고성능 컴퓨터 칩을 제조해왔다. 지금까지는 거의 모든 생산이 대만에서 이뤄졌지만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를 계기로 미국 내 생산기지를 본격 확장하고 있다. 지난 3월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1000억 달러(약 135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지난해 말 처음 세워져 올해 초부터 4nm 공정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의 양산을 시작한 곳으로 현재 두 번째와 세 번째 반도체 공장을 추가하는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움직임을 자신의 관세 정책 덕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반도체 산업을 잃었고 그들은 대만이 다 가져갔다”며 “TSMC의 미국 공장 확대는 대중국·대만 관세 위협이 효과를 본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BBC는 이 공장이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본질적인 복합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실제로 TSMC의 4나노미터 칩 생산에는 네덜란드 ASML이 만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일본산 실리콘 웨이퍼, 독일산 특수 거울 등이 필요하다.

이 공장은 TSMC 대만 본사의 복제품에 가깝고 설비관리자인 그렉 잭슨은 “공정은 3000~4000 단계에 이르고 입자 하나만 있어도 칩이 작동하지 않을 만큼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TSMC 애리조나 공장은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4나노미터 칩을 양산하고 있다. 콘스탄티노스 니니오스 TSMC 엔지니어는 “이 웨이퍼 하나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 수는 약 10조~14조개”라며 “현미경으로 보면 마치 마천루가 늘어선 도시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기술이전과 해외생산 확대를 두고 대만 내부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TSMC는 지난 1987년 대만 정부 주도로 창립돼 현재는 ‘실리콘 방패’로 불릴 만큼 대만의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진출은 지정학적 위협에 대한 대응이자, 동시에 기술 주권의 일부를 해외로 이전하는 셈이기도 하다.

TSMC 애리조나 법인의 로즈 카스타나레스 대표는 “반도체 공급망은 전 세계에 걸쳐 있다”며 “화학물질부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을 한 나라에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리조나 공장 공사 현장에는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의 사진과 ‘미국에서 만든 미래(Made in America)’란 슬로건이 걸려 있다.

한편, 중국도 이런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화웨이 AI 칩 수출 금지, ASML 장비의 중국 수출 제한 등을 추진해왔다. 대만 라이 칭더 총통은 최근 미국·일본 등과 함께 ‘비(非)적색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기술 독립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이번 주 “미국의 제재가 중국을 전면적 기술 개발에 나서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은 TSMC 애리조나 공장이 ‘미국의 황금기’를 열 토대가 되길 원하고 있지만 이 기업의 역사는 글로벌화의 성공 그 자체”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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