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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ASA, 그린란드 얼음 아래 60년 전 숨겨둔 핵미사일 기지 발견

얼음층 30m 아래 묻혀
NASA 과학자들, 새 레이더 장비로 '캠프 센추리' 완전한 모습 처음 찾아내
노르웨이 군인들이 노르웨이·미국 연합 '순록 2호'에서 임시 지휘소 캠프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노르웨이 군인들이 노르웨이·미국 연합 '순록 2호'에서 임시 지휘소 캠프 앞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들이 최근 그린란드 북부 상공을 날던 중 냉전 시대 미국이 지은 비밀 군사기지 흔적을 찾아냈다. 이 기지는 지금 최소 30m 두께 얼음 아래 묻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현지시각) 보도에서 미국이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에 오래 머물러온 역사와 함께 냉전 시대 극비 핵미사일 발사 시설 계획을 자세히 소개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 빙권 과학자 채드 그린은 "마치 다른 행성 위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고, 그곳에서 누군가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곳은 '캠프 센추리'라는 미군 기지로, 미국은 냉전 한창이던 1959년 이 기지를 세우기 시작했지만, 얼음층이 불안정해 1967년 결국 포기했다. 이 기지는 '프로젝트 아이스웜'이라는 극비 펜타곤 계획의 하나로, 북극 얼음 아래 핵미사일 발사 시설망을 만들려 했다. 이 지하 시설은 600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보관하도록 설계했다.
캠프 센추리는 겉으로는 연구 시설로 알렸지만, 실제 군사 목적은 1996년까지 비밀이었다. 그린과 동료들은 지난해 12월 이 기지 전체 모습을 처음 포착했다.

이번 발견은 우연히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UAVSAR로 알려진 얼음을 꿰뚫는 레이더 장비를 시험하면서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아래 대륙 기반암 지도를 그려 해수면 높이 변화 속도를 예측하려 했다. 극지방에서는 날씨가 비행 경로를 정하기에 출발 직전에 경로를 골랐고, 이 과정에서 캠프 센추리를 찾아냈다.

그린은 "건물과 터널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 사람들이 날마다 어떻게 움직여야 했는지 볼 수 있었고, 그곳에 머물렀던 경험이 얼마나 특이했을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미국-덴마크, 그린란드 주권과 안보 갈등 60년 넘게 이어져


캠프 센추리는 단순한 냉전 시대 유물이 아닌, 그린란드에서 미국이 오래 머물러온 흔적이다. 덴마크는 그린란드 주권을 지키려 영토 일부를 미국에 넘겨야 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그린란드에 캠프 센추리를 포함해 17개 기지를 두고 약 1만 명 병력을 배치했다. 지금은 병력이 200명 아래로 줄어 피툰필크 우주기지(예전 툴레 공군기지)에만 있다.

미군의 핵무기 배치는 오랫동안 덴마크와 갈등을 빚어왔다. 미군은 당시 캠프 센추리의 핵 관련 목적을 스스로 '핵무기 금지구역'이라 밝힌 코펜하겐에 알리지 않았다.

1968년에는 핵무장한 B-52 폭격기가 툴레 공군기지 가까이 추락해 핵탄두 파열로 해빙이 방사능에 오염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건과 미국이 덴마크나 그린란드에 알리지 않고 툴레 공군기지에 핵무기를 보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덴마크에서 공개 논란이 일었다.

덴마크 국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울릭 프람 가드는 "1940년대에 덴마크는 미국에 '안 된다'고 말하면 미국은 그래도 계속한다는 사실을 배웠다""덴마크는 그린란드 안보를 미국에 맡겨 그린란드 주권을 지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캠프 센추리는 얼음 시트에 직접 파낸 21개 서로 연결된 터널로 이뤄졌으며, 총 길이는 약 3.2킬로미터에 이른다. 이 기지는 얼음 시트를 209km 넘게 끌고 온 핵 원자로로 전기를 공급했다. 잠자리, 체육관, 화장실, 실험실, 식당 등이 약 200명 군인을 뒷받침했다.

한편 1962년 뉴욕 벨뷰 병원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캠프 센추리에 파견된 의사 로버트 와이스는 "기지에 도착했을 때 눈보라가 치고 영하 50도였다"고 회상했다. 겨울에는 햇빛이 거의 없어 밖에 나갈 까닭이 없었기에 몇 주 동안 지하에 머물렀다. 지하 동굴은 꽤 따뜻했고, 음식도 좋았으며, 저녁에는 맥주도 마실 수 있었다고 이 매체에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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