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4개국 정상들 키이우 찾아 젤렌스키와 연대 다짐

FT 소식통들은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제안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휴전은 공중, 해상, 지상에서 모두 이뤄져야 하며, 그 이행을 감시하는 일은 미국과 협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완전하고 무조건 휴전을 거부하면 에너지와 은행 부문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석유와 화석 연료, '그림자 함대'를 주요 제재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강력한 EU 제재 17차 패키지 준비가 진행 중이며, 이는 영국, 노르웨이, 미국 제재와 함께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키이우를 찾은 가운데 나왔다. 독일의 메르츠 총리는 5월 취임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이들 5개국 정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평화 노력"에 관해 "생산적인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기를 꺼렸으나, 최근 이를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 트럼프 "휴전 안 지키면 추가 제재"...푸틴 측 "서방 무기 공급 중단이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휴전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과 협력국들이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을 '도청'할 수 있다고 느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유럽 지도자들은 이번 방문으로 푸틴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모스크바 전승기념일 행사에 중국과 브라질 지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에 연대를 보여주려 했다.
방문에 앞서 낸 공동성명에서 유럽 정상들은 30일간 휴전을 촉구하며 러시아에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성명은 "피 흘리는 일은 끝나야 하고, 러시아는 불법 침공을 중단해야 하며, 우크라이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국경 안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주권 국가로 번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ABC 뉴스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전 연장에 동의하기 전에 전장의 "특정 상황"이 바뀌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기세를 갖고 있으며 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가 전투 중단 전에 우크라이나로 가는 서방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휴전 기간을 새 군인을 훈련하고 기존 군인을 쉬게 하는 데 쓸 것이다.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그런 이점을 줘야 하나?" 라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물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화상 회의에서 "우리 모두는 분쟁 해결에 미국이 참여하도록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걸어온 매우 좁은 길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압력을 가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새 의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EU는 지난 9일 "최소 30일 완전하고 무조건 휴전"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EU 수석 외교관 카야 칼라스가 발표했으며, 이전에 그런 성명서 서명을 거부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27개 회원국 모두가 지지했다.
한편 약 20개국의 EU 외무장관들은 지나 9일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를 찾아 러시아 고위 관리들을 전쟁 범죄로 기소할 특별 재판소 설립에 지지를 표명했다. 이 재판소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평의회 간 합의에 따라 설립될 예정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