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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휘어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대도시 보급 본격화

얇고 가벼워 설치 쉬워…도쿄도, 55만 가구분 목표
수명 2배 기술 개발…세키스이·파나소닉 등 상용화 박차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얇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세키스이화학공업이미지 확대보기
구부릴 수 있을 정도로 얇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진=세키스이화학공업
일본 경제산업성이 얇고 휘어지는 새로 나온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대도시권에 보급하는 데 나선다고 닛케이가 지난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조만간 도쿄, 오사카, 아이치, 후쿠오카 네 곳의 주요 도부현에 기가와트(GW)급 도입 목표를 세우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평야가 적어 기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은 일본의 사정을 고려했다.

◇ 정부·지자체, GW급 목표 설정·지원 나서


경제산업성은 오는 7일 열리는 관민 협의회에서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하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 작성과 설치 보조금 신설 등 정책을 적극 추진하도록 요구할 예정이다. 특히 고층 빌딩, 대규모 상업 시설 같은 기존 건축물과 새로 짓는 시설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설치를 장려한다.

이에 발맞춰 도쿄도는 2040년까지 2GW 규모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공식 발표한다. 표준 가구 기준 약 55만 세대가 해마다 쓰는 전력 소비량에 해당한다. 도쿄도는 공공시설뿐 아니라 상업용 빌딩, 공항, 역 등 다양한 시설에 설치를 추진하고 자체 보조금으로 비용 지원에도 나선다.

정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로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 제로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 도시 지역의 재생 가능 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2월 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새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전체 전원 가운데 태양광 비중을 현재 9.8%에서 2040년까지 23~29%로 확대할 방침이다. 페로브스카이트 보급 목표 설정 요청을 다른 도도부현으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의 최종 목표는 2040년까지 일본 전역에 표준 가정 550만 가구의 해마다 쓰는 전력량에 이르는 총 20GW(1GW=100만kW)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설치하는 것이다.

◇ 건물 벽·창문에도 설치…관건은 내구성


일본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얇고 유연해 필름처럼 구부리거나 유리에 내장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건물 옥상, 벽면, 창문 등 기존 패널 설치가 어려웠던 곳에도 쓸 수 있어, 넓은 땅 없이도 대규모 발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상용화에는 과제도 있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은 10~15년 수준이다. 일반 실리콘 태양광 패널(약 20~30년) 수명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발전층의 결정 구조가 수분에 약해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 수명 2배로…국내 기업 기술 개발 박차


이러한 단점을 넘어서려는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코니카미놀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기술을 응용해 수분 침투를 막는 고성능 보호 필름 개발에 성공했고, 2026년부터 생산과 샘플 출하를 시작한다. 이 필름을 쓰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수명을 기존의 두 배인 약 20년까지 늘릴 수 있어, 설치 비용 회수와 보급 확대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캐논 역시 발전층에 적용해 수명을 20~30년으로 늘릴 수 있는 소재를 개발했고, 2026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한다. 코니카미놀타의 보호 필름과 캐논의 소재 기술이 합쳐지면 내구성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상용화 경쟁도 치열하다. 세키스이화학공업은 2025년 안에 판매를 시작해 2030년까지 해마다 100만kW급으로 생산 규모를 늘릴 계획이며, 정부는 3100억 엔(약 2조 9993억 원)이 넘는 관련 비용의 절반을 보조한다. 파나소닉 홀딩스(HD)는 2026년쯤 주택 건자재 일체형 제품의 시험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도시바 등도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본격 생산은 2027년쯤 시작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후지경제는 세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장이 2023년 370억 엔(약 3579억 원)에서 2040년 2조4000억 엔(약 23조2209억 원) 규모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 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 강화 목표


일본 정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육성을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으로 본다. 현재 주류인 실리콘 태양광 패널은 원재료 실리콘을 주로 중국에 기대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주요 원료인 요오드를 일본 안에서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0년대 초반 세계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 태양광 산업은 중국과 가격 경쟁에서 밀려 현재 점유율이 1% 아래다. 중국은 페로브스카이트 분야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하며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으로 페로브스카이트 기술 개발에 648억 엔(약 6269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2025년부터는 50억 엔(약 483억 원) 예산을 들여 기업과 대학의 설치 보조 사업도 시작한다. 기술의 국제 표준 마련과 제품 수출 지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한편, 기존 태양광 패널 설치는 넓은 땅을 확보하기 쉬운 이바라키현(407만kW), 후쿠시마현, 지바현 등에 집중되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 도쿄도의 설치량은 15만kW로 전국에서 가장 적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도시 지역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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